9·11테러이후 감정 반응 제각각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41분


미국 뉴욕에 사는 로리 밀러와 피터 위소커 부부는 9·11테러 이후 상대방의 태도에 대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감정의 괴리를 느끼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위소커씨는 테러공포를 거의 의식하지 못한다. 그는 평소 생활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다. 위소커씨는 자신이 테러 표적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사회 지도층이라면 몰라도 평범한 시민인 자신이 테러를 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부인 밀러씨에게 테러 공포는 현실 그 자체다. 아무래도 뭔가 ‘큰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다. 남편이 테러 가능성이 높은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것도 불안하다.

여론조사기관인 퓨 연구센터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9·11 테러이후 여자들은 10명중 4명꼴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남자는 20% 정도만이 이런 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워싱턴포스트지가 29일 전했다. 불면증도 여자가 남자보다 2배 가량 많았다. 추가 테러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도 여자는 50%인데 반해 남자는 30%였다.

루저스대학의 인류학자 헬렌 피서 교수는 “이 같은 차이는 외부자극에 대한 남녀의 반응성향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남자는 자신을 위협하는 외부자극에 대해 분노를 표시하는 데 반해 여자는 공포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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