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美 폭동포로 학살에 비난여론 고조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36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테러와의 전쟁은 선과 악의 전쟁’이라고 했지만 마자르이샤리프의 진흙 포로 수용소 안에서 선과 악의 경계가 흐려졌다.”

영국 BBC방송은 28일 미국이 개입한 마자르이샤리프 인근 포로수용소의 탈레반 폭동 강경진압을 비난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의 인권침해에 대한 유럽의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프랑스 독일 등이 28일 미국의 확전 가능성을 경계한 데 이어 유럽의회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유엔인권담당고등판무관실도 29일 공동성명을 내고 ‘테러 범죄의 처벌을 소급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확전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성명은 또 “9·11 테러 이후 일부 국가에서 인권문제와 관련해 우려할 만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면서 “테러와의 전쟁 중이더라도 인권과 기본적 자유 보장에 대한 국제 의무는 엄격히 준수돼야만 하며 특히 생존권과 표현 종교의 자유, 고문받지 않을 권리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지 소식통들은 탈레반 폭동 강경 진압, 미국 내 아랍계 용의자 무차별 검거와 테러범 군법회의 회부 움직임 등이 이 같은 성명이 나온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헬싱키를 방문 중인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담당고등판무관도 폭동 강경 진압사건에 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국제사면위원회도 조사단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30일자에서 “미국 언론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애국심과 자율검열이 혼재된 정보통제체제로 들어갔다”면서 “백악관과 국방부 등 미 정부는 군사작전의 기밀 보호와 국익 등을 내세워 강력한 정보통제를 시도하고 있으며 CNN 등 세계 유수의 언론까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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