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과도내각 수반 자히르 샤 前국왕]

  • 입력 2001년 11월 28일 18시 52분


27일 아프간 최고회의 수반으로 추대된 자히르 샤 전 국왕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6세로 ‘9·11테러’ 이전까지는 로마에서 골프와 스키, 낚시 등으로 소일하던 망명객에게 아프간 통합이라는 난제가 맡겨진 것.

샤 전 국왕은 파슈툰족 왕가의 자제로 프랑스에서 교육을 받은 뒤 33년 왕위에 올랐다. 그는 명목상 군주에 가까웠지만 그가 통치한 40년간 내정은 비교적 평화로웠다. 73년 사촌인 모하마드 다우드의 쿠데타로 추방된 뒤 그는 로마에서 줄곧 생활해 왔다. 전쟁이 끊이지 않는 아프간을 통합하는 방법으로 그의 복권이 여러차례 논의됐지만 정작 그는 별로 열의를 보이지 않았다. “은스푼으로 떠먹이려고 해도 그는 입을 벌리지 않았다”고 보좌관이 평했을 정도.

그러나 그는 테러 사태 직후 탈레반정권을 대체하기 위한 ‘로야 지르가(부족간 전통 원로회의)’ 개최를 촉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도 아프간 통합의 구심력으로서 그의 존재를 주목, 샤 전 국왕에 상징적 역할을 부여하는 구상을 내놓았고 북부동맹도 이에 반대하지 않았다.

그가 수십년간 분열과 혼란에 시달려온 아프간 국민의 정신적 정치적 구심체가 돼 국가통합의 과제를 무리 없이 추진해 나갈지 세계의 이목이 그에게 쏠려 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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