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북부동맹아편’골머리… 탈레반 철수뒤 재배 급증

  • 입력 2001년 11월 27일 18시 41분


아프가니스탄 북부동맹 군벌(軍閥)들의 ‘돈줄’인 아편 재배가 최근 급증하면서 북부동맹을 지원해온 미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은 최근 위성첩보사진을 정밀분석한 결과 탈레반 정권 시절 격감했던 양귀비(아편 원료) 경작면적이 북부동맹 장악 지역을 중심으로 올 들어 3배나 급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26일 보도했다. 그대로 둘 경우 양귀비를 수확하는 내년 3, 4월경이면 아편생산량이 올해보다 3∼5배 늘어날 전망.

마약 때문에 골치를 앓는 미국으로선 아프간의 급증하는 아편 생산을 눈감아줄 수도, 그렇다고 동맹세력인 북부동맹의 ‘돈줄’을 끊을 수도 없다는 게 고민거리.

탈레반은 아편생산이 이슬람 율법에 반한다는 이유로 양귀비 재배를 강력히 규제했다. 이에 따라 한때 세계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던 아프간의 아편은 올 들어 185t 생산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 4581t의 4% 수준.

그러나 북부동맹이 국토의 80% 이상을 장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그동안 아편거래로 큰돈을 벌어 무기를 조달해 온 북부동맹 군벌들이 드러내놓고 양귀비 재배를 부추기고 있고, 농민들 역시 밀보다 소득이 15배나 많은 양귀비 재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도 80년대에는 반소(反蘇)항쟁, 90년대 들어서는 반(反)탈레반 항쟁을 이유로 군벌들의 아편 재배를 묵인해 왔다.

아프간 주민들은 미국이 반소항쟁을 지원하기 위해 아편을 퍼뜨렸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당시 ‘모기작전’이라고 불린 미국의 작전이 바로 아편 퍼뜨리기였다는 것.

미국은 이번 전쟁 중에 탈레반 진지를 공습하면서 은밀히 양귀비 경작지도 함께 폭격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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