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라마단 기념우표 판매금지 논란

  • 입력 2001년 11월 25일 18시 25분


9·11테러참사 이후 고조된 미국내 반(反)이슬람 감정이 우표 판매에까지 번졌다.

9월초 발행을 개시한 한 이슬람 기념 우표의 판매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미우정공사(USPS)가 이 우표의 홍보를 중단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4일 보도했다.

판매 중단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은 문제의 우표(사진)에 ‘축복받는 향연(Eid Mubarak: Blessed Feast)’이라는 의미의 아랍어 문구가 새겨져 있기 때문. 이 문구는 올 12월과 내년 2월에 각각 끝나는 이슬람 금식기간 라마단과 메카 성지순례를 축하한다는 뜻으로 기독교의 ‘메리 크리스마스’에 비견될 만큼이나 이슬람권에서 널리 쓰이고 있는 용어.

그러나 일부 우표수집가들과 보수단체들은 이 ‘향연’이 마치 미국에 대한 테러공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면서 이슬람 기념 우표 발행을 중단하고 이미 발행된 우표는 회수하도록 우정공사에 압력을 넣고 있다. 이들은 또 미국내 이슬람인들이 이 우표 대신 미국의 대(對)테러 전쟁 기념우표를 구입해 애국심을 증명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반대 여론이 높아지자 USPS는 최근 각 종교권의 명절을 축하하는 기념 우표 홍보 책자에서 이슬람 우표를 슬그머니 빼버렸다. 5년여의 로비 끝에 이슬람 기념 우표를 발행하는데 성공한 미국내 이슬람 단체들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조차 반이슬람주의를 비난하고 나서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면서 이 우표의 전시나 판매를 꺼리는 우체국들을 신고하도록 시민들에게 촉구하고 나섰다.

<정미경기자>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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