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카불’ 달라진 풍속도]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8시 55분


TV보는 아프간 여인
TV보는 아프간 여인
▼영화관 5년만에 문열자 인산인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에서 가장 유명한 바크타르 영화관이 5년 만에 다시 문을 연 19일. 탈레반 치하에서 폐쇄의 운명을 걸었던 카불의 16개 영화관 중 가장 먼저 영화를 상영하게 된 이 영화관에는 몰려든 시민들로 곳곳에서 진풍경이 벌어졌다.

영화관 밖 매표소에서는 표를 사려는 사람들이 서로 밀고 밀치는 어지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암표를 사려는 수십명의 사람들은 한 암표상을 둘러싸고 저마다 돈 뭉치를 내밀었다. 경찰은 영화관 입구를 막아서고 가까스로 군중들을 통제하고 있었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먼저 자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물밀듯 밀려들면서 영화관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도중에 문을 닫으려는 경찰과 미처 들어가지 못해 흥분한 군중들이 서로 부딪치면서 주먹과 몽둥이가 난무했다.

막상 들어간 영화관은 5년간 방치된 세월의 흔적인 듯 천장 곳곳에 구멍이 나 있었고 스크린은 군데군데 헝겊으로 기워져 있었다. 하지만 영화관은 자리를 차지하지 못한 관객들로 복도 바닥까지 빽빽이 찼다.

상영된 영화는 구소련 점령기에 무자헤딘 게릴라들의 저항을 그린 ‘우르드즈’. 관객들은 주인공이 미사일로 구소련군의 헬기를 격추시키는 장면에 환호성을 올렸다.

영화관이 폐쇄되면서 야채상으로 변신했다가 영사기사로 다시 돌아온 에와즈 알리는 “이제야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왔다”며 영화와의 재회를 기뻐했다.

<김성규기자>kimsk@donga.com

▼ 여성들 100여명 첫 야외집회 ▼

“이제 당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야할 때입니다.”

20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도 카불에서는 며칠 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광경이 펼쳐졌다. 탈레반 통치 하에서 집회는 물론 취업과 교육의 기회도 누리지 못한 채 억압받던 아프간 여성 100여명이 모인 야외집회에서 주최자인 소라야 파르리카는 이렇게 외쳤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여성들은 그동안 집이라는 감옥에 갇혀 살았습니다. 직장 일도 하지 못하고 복종만 강요당했습니다. 자유로운 외출도 금지됐습니다. 그러나 이제 굳건히 일어섰습니다. 그대는 카불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온 몸을 가리는 부르카를 벗어던진 여성들은 5년만에 되찾은 얼굴로 시가행진을 벌였다. 5년만에 처음으로 카불의 큰 길을 활보하는 여성들이 덮어쓴 밝은 색의 스카프가 유난히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96년 이전엔 정치인 학자 사회활동가 교사 등으로 활동하던 여성들로 탈레반 이후 새 정부가 만드는 헌법에서 남녀평등이 보장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정안기자>cred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