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15機 사라” 압력…한미 국방장관 연례회담서 요구

  • 입력 2001년 11월 16일 17시 55분


기종 선정을 앞두고 있는 4조2000억원 규모의 한국 차세대전투기 사업(FX)과 관련해 미국이 우리 정부에 간접적인 구매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가진 제33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직후 한미 국방장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회의 진행 중) 미측으로부터 FX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다. 상호 운용성과 연합작전능력이 기종을 선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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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 참석자들에 따르면 또 미 국방부 정책차관이 회의에서 “한국의 FX 기종 선정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중요하다”며 “미국 보잉사의 F15K가 한국 국익에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는 것. 공식 회의에서 자국의 무기 구매를 요청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에 김 장관은 “성능 가격 기술이전 등 여러 요소를 모두 고려해 투명하게 기종을 선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SCM에서 우리나라가 내년에 주한미군 주둔비용(방위비 분담금)으로 부담해야 할 금액은 올해 4억4400만달러보다 10.4% 증가한 4억9000만달러로 확정됐다. 또 2003년과 2004년에는 전년 대비 기본인상률 8.8%에 종합물가지수(GDP 디플레이터)를 가산한 비율만큼 인상키로 합의해 해마다 10% 안팎의 분담금 증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영구(車榮九) 국방부 정책보좌관은 “미국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직후인 98년 8500만달러가 삭감된 점과 대테러 전쟁비용 부담 등을 들어 대폭적인 분담금 증액을 요구해 왔다”며 “인상폭을 낮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내년도 분담금 확정액이 당초 우리측이 목표한 4억6700만달러보다 2300만달러나 많고, 증가율도 우리나라의 국방예산 연평균 증가율(6%)보다 높아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한미 양국은 28, 29일 서울에서 고위급 협상을 열고 분담금 중 원화지급 비율, 기준환율 등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워싱턴〓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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