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불 주민 축제 분위기… 수염 밀고 ‘부르카’ 벗고

  • 입력 2001년 11월 14일 23시 59분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이발사.”

북부동맹의 무혈 입성으로 5년간의 강권 통치로부터 벗어난 아프간 수도 카불은 축제 분위기 속에서 생활상의 변화가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다.

탈레반 퇴각 후 길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했던 카불 주민들은 탈레반의 억압적인 규율을 내던지며 해방감을 만끽했다. 의무적으로 수염을 길러야 했던 남자들은 면도를 하기 위해 이발소로 몰려들고 있다. ‘아프간은 지금 면도 중’인 상황.

‘라디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5년만에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해 탈레반이 금지시켰던 음악을 틀어댔다. 가정에서는 탈레반의 감시를 피해 집 근처에 몰래 묻어두었던 TV 수상기를 파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탈레반 치하에서 노동과 교육을 금지당했던 여성들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덮고 있던 ‘부르카’를 벗기 시작했다. 북부동맹은 카불 입성 후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에게 이슬람의 가르침에 따라 교육 및 근로를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한다”며 환호에 답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환호는 북부동맹군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탈레반의 강권통치에서 벗어났다는 안도감에서 비롯한 측면이 많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치안 부재에 따른 약탈과 잔혹행위가 발생, 인권단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현지에선 무장괴한과 일부 주민들이 은행이나 공공건물에 침입해 금품을 약탈하는 모습이나 성난 군중이 숨진 탈레반 병사들의 시신을 훼손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반면 탈레반의 최후거점인 칸다하르에서는 마지막 항전을 앞둔 탈레반과 불안에 떠는 주민들로 극도의 긴장감이 조성되고 있다. 주민들은 전쟁의 전개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CNN방송은 카불 함락 직후 이곳을 빠져나온 통신원의 말을 통해 “주민들의 불안이 확산되면서 탈레반의 통제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며 “12일 이후 많은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 파키스탄 국경지대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PA통신도 민병 경찰대를 제외하고는 많은 탈레반 병사와 주민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으며 국경 검문소에서도 철수했다고 전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