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시청자 ‘엿보기쇼’ 비난여론 불구 시청률 급등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40분


유라시아 대륙이 집단적인 ‘훔쳐보기’ 열풍에 휩싸였다.

1억5000만 러시아 국민들이 6명의 젊은 남녀가 한정된 공간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인터넷과 공중파 방송을 통해 생생히 들여다보고 있다. 러시아 민영 TV6는 모스크바 시내의 러시아 호텔에 30대의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아파트형 스튜디오를 마련하고 이들의 사생활을 지난달 27일부터 ‘자 스테클롬(유리 너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3차례씩 내보내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인터넷 사이트(zasteklom.tv6.ru)는 하루 4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방문해 서버가 마비될 정도. 참가자들은 시청자와 네티즌의 인기투표를 통해 차례로 탈락하며 다음달 1일 가려지는 최후의 1쌍에게는 아파트가 상품으로 주어진다.

한때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했던 ‘빅브러더 쇼’의 러시아판이지만 선정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목욕장면 등 여과없는 알몸 노출에다가 짓궂은 시청자들의 요구를 받은 참가자들이 ‘표’를 의식해 온갖 야릇한 장면을 연출하기 때문.

젊은 남녀가 공동생활을 하다보니 4일에는 ‘불미스러운 일’로 한 남성 참가자가 탈락하는 일까지 생겼다. “공중파 방송이 집단 관음증(觀淫症)을 조장하고 있다”는 거센 비난 여론에도 불구하고 TV6는 이 프로그램의 제2탄을 준비하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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