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수사 지지부진…음모론 난무

  • 입력 2001년 11월 4일 19시 28분


4666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9·11 테러의 범죄 행각이 낱낱이 밝혀질 수 있을까. 미 사법당국은 지난 50여일간의 수사에서 오사마 빈 라덴이 배후임을 시사하는 증거들을 수없이 찾아냈지만 구체적으로 지시와 연락, 자금이 오간 경로에 대해선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랍권 일각에서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개입설 등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용의자 5명 압축에도 큰 진전 없어▼

◆수사상황=미 사법당국은 테러 발생 후 체포한 1000여명 중 5명을 핵심 인물로 압축했다고 3일 미 연방수사국(FBI)의 한 간부가 밝혔다.

이 간부는 “이들 5명은 위증 혐의, 이민법 위반 혐의 등의 이유로 영장이 발부돼 맨해튼 연방구치소에 구금 중”이라며 “이들이 여객기 납치 테러범 19명과 직접적인 접촉을 가졌거나 도움을 줬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 중 테러 다음날 텍사스주에서 기차여행 도중 잡힌 한 용의자는 여객기 납치범과 마찬가지로 상자용 칼, 현금 5000달러, 머리 염색제를 소지하고 있었고, 신체의 털을 면도한 상태였다. 한 용의자는 대형 제트여객기 비행훈련을 받은 상태였으며, 한 용의자는 여객기 납치범과의 관계에 대해 대배심에서 위증을 해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스라엘 첩보기관 소행” 음모론도▼

◆음모론 난무=사우디아라비아의 일간지인 오카즈는 3일 사설에서 “미국 내 조직과의 연계 없이는 그처럼 대규모의 공격을 그토록 정확하고 정밀하게 해낼 수 없다”며 “미국 내부에 침투해 고도의 효율성을 갖고 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집단은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의 입장을 종종 대변해온 이 신문은 또 “미국에서 6명의 이스라엘인이 이번 테러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체포됐다가 풀려난 점도 우리의 의혹을 뒷받침해준다”며 “이번 음모(공격)의 주요 목적은 온건 아랍국가와 미국간의 유대를 저해하는 한편 이슬람 문명과 기독교 문명간의 충돌, 나아가 이들 문명권 지지자들간의 반목을 조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최근까지 사우디아라비아 정보기관의 총 책임자였던 투르키 알 파이잘 사우디 왕자는 3일 “오사마 빈 라덴은 미국 군인과 모든 납세자가 공격 목표라고 공개적으로 말해 왔으며 9·11 테러를 전후해 자신이 이번 공격을 꾸몄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며 “그가 이번 테러의 배후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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