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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31일 15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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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주에서 테러 용의자와 함께 살았다는 이유로 붙잡혔다가 최근 석방된 야지드 알 살미는 “수사당국이 구금자들의 옷을 모두 벗기고 비디오로 촬영했다”며 “우리는 짐승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풀려난후 다른 혐의 씌워▼
참고인 자격으로 연행돼 한 달 가량 구금됐던 요르단인 유학생 오사마 아와달라의 변호인 제시 버맨도 “아와달라가 맨해튼의 연방구치소에서 밤에도 잠을 못자고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말했다.
인권침해 주장은 이들 둘 만의 얘기는 아니다. 구금됐다가 풀려난 상당수는 수사당국이 테러와의 연관성을 찾거나 테러범 정보를 캐내기 위해 자신들을 중요 참고인 영장 이나 이민법 위반 또는 다른 혐의를 씌워 독방에 감금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연방수사당국은 “테러와 관련 1000명 남짓 구금했지만 어떤 형태의 가혹행위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수사당국은 또 빈 라덴의 테러조직 알 카에다가 조직원들에게 배포한 매뉴얼에 따르면 “일단 구금되면 큰 소리로 항의하고 줄기차게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라”고 돼 있다면서 용의자들이 거짓말을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당국 “대부분 거짓말”▼
그러나 인권단체들의 우려는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 인권법률가위원회, 아랍-아메리칸 반차별위원회 등 21개 인권단체는 29일 테러수사와 관련, 직권남용과 사법절차 위반사실 등을 거론하며 일부 구금자들에 대해서는 심각한 신체적 위해가 가해졌을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 단체들은 이날 미 법무부에 서한을 보내 구금자들의 신원을 공개하라 면서 정보자유법(FOIA)을 준수해줄 것을 정식으로 요구했다.
▼앰네스티 “美 이성 잃고 있다”▼
국제사면위원회(엠네스티)도 “미국이 아랍계 구금자의 이름이나 용의점들을 일절 밝히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자유의 나라 미국이 이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알권리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아랍계 구금자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이들의 인권침해 차원을 넘어 미국민 전체의 알권리 침해라는 주장이다. 미국 국가안보연구센터 모턴 핼퍼린은 “문제는 단순히 수사당국이 사법절차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할 시민들의 권리가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