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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8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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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렘린궁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26일 새 토지법에 서명함으로써 법이 공식 발효됐다고 발표했다. 이 법안은 오랜 논란 끝에 지난달 20일 하원을, 10일에 상원을 통과했다. 러시아 정부는 이 법을 구체화할 관련 법규를 보완해 빠르면 내년부터 토지 거래 등을 현실화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93년 10월 토지 소유와 자유거래를 헌법에 명시했지만 그동안 공산당 등 보수파가 지배해온 의회의 완강한 반대로 이를 시행할 법안을 마련하지 못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였다.
공산당과 농민당은 이번 새 토지법의 의회 심의 과정에서도 “전 국토가 외국인과 투기꾼의 손에 넘어갈 것”이라며 반대했으나, 토지 거래 제한이 외국인 투자와 시장경제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푸틴 대통령 경고가 주효해 법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농민당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농지가 매매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여전히 한계를 안고 있어 당초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 민영 NTV는 이 법의 적용대상이 상업용지와 주거지 등 국토의 약 2%에 해당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나톨리 마닐리야 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은 “투자 유치와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나머지 토지에 대해서도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렘린측도 토지 전용(轉用) 등을 통해서 새 토지법의 적용 대상을 늘려나갈 계획으로 알려졌다.
새 토지법은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 토지법에 따라 주택이나 농지의 실제 점유자는 소유권을 받아 대부분의 국민이 ‘자기 땅’을 갖게 됐다.
또 지금까지 법의 완전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음성적으로 이뤄졌던 부동산 거래가 합법화되면서 건설 경기 활성화와 외국인 기업 직접 투자가 촉진될 전망이다.
이 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갑자기 ‘토지 소유자’가 된 서민들은 당장 재산세 등 세금 부담을 안게 됐고 벌써부터 땅을 사들이려는 투기꾼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또 모스크바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사유화 과정에서 생긴 빈부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