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스펠드 “올가을 MD시험 연기”…전문가 분석

  • 입력 2001년 10월 26일 18시 24분


도널드 럼즈펠드 미국 국방부장관은 25일 구 소련과 체결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준수하기 위해 올 가을로 예정됐던 3건의 미사일방어(MD) 관련 시험을 연기했다고 발표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회견에서 “우리는 ABM 협정의 효력이 존속하는 한 이를 준수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며 “그같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려 한다는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MD 관련 시험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다음달 12∼14일 워싱턴과 텍사스주 크로퍼드에서 열리는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협상 재량권을 넓히기 위한 정지작업으로 미 언론은 분석했다.

특히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해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고, 미국이 MD 문제에 있어서 러시아를 ‘배려’한다는 인상을 줌으로써 ABM 개정 협상의 타결 가능성을 높이려 했다는 것.

백악관의 한 관리는 이와 관련해 “이처럼 예민한 때에 러시아가 도발적이라고 여길만한 행동을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취소한 발사 시험은 24일 예정됐던 2건과 다음달 14일로 예정된 1건. 이들 시험은 모두 군함에 장착한 이지스 레이더를 이용해 탄도미사일과 요격체를 추적하도록 계획돼 있었다. 해상에서의 MD체계 시험은 72년 미국과 구 소련이 체결한 ABM 협정에 위배되는 것으로 미국은 그동안 해상 MD 시험을 하지 않았었다.

그런 한편으로 미국은 앞으로 진행할 MD 시험은 ABM 협정의 틀을 벗어날 수 있다며 러시아가 ABM 협정의 개정에 응하지 않을 경우 이 협정에서 탈퇴할 것을 여러 차례 경고해 왔다.

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 기간 중인 21일 정상회담을 갖고 ABM 협정 개정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었다.

두 정상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ABM 논의에서 모종의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혀 양국간에 절충이 이뤄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MD체계 구축을 강행하겠다는 미국의 입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기 때문에 미-러 정상회담에서 ABM 협정 개정 협상에 대한 러시아측의 양보가 없을 경우 미국은 이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가능성이 높다. 협정 탈퇴를 위해선 6개월 전에 이를 통보해야 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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