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대 해외파병 길열렸다…日 테러대책법 중의원 통과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9시 00분


미국의 테러 응징 전쟁을 지원하기 위한 일본의 테러대책특별조치법안이 18일 자민 공명 보수당 등 연립 3당의 찬성으로 중의원 본회의를 통과했다. 형식상 26일 참의원 본회의 통과절차를 남겨두고 있을 뿐 이 법안은 이날 사실상 확정됐다.

이 법이 제정됨에 따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자위대를 ‘전쟁’에 파견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자위대의 해외파견을 금지하고 있는 헌법 9조의 틀을 벗어난 것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지금까지 금기시돼온 헌법개정과 집단적자위권 확보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법은 자위대의 활동지역을 ‘전투행위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지역’이라고 한정하고 있다. 직접적인 무력행사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후방이 따로 없는 데다 시시각각으로 전황이 바뀌는 현대전의 성격상 이 규정은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도 “일본만이 전혀 (인명)희생을 당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테러와의 전쟁에) 참여할 수는 없다”고 말해 위험한 전투지역이라도 자위대를 파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무기사용 범위도 넓어졌다. 92년에 만든 평화유지활동(PKO)법은 본인과 대원만을 보호하기 위해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99년의 주변사태법은 여기에 무기와 장비의 보호를 위한 무기사용을 추가했다. 이번의 테러대책특별법은 주변사태법에서 허용한 무기사용범위를 더욱 넓혀 자위대의 관리 하에 있는 사람(난민이나 타국의 부상병 등)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무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당초 검토 때는 ‘테러와의 전쟁’ 지원을 내건 만큼 법에 ‘미국’이란 말을 넣으려다 슬그머니 이를 빼버려 미군뿐만 아니라 제3국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동의를 얻으면 제3국의 영토나 영공에도 들어갈 수 있게 돼 그만큼 자위대의 활동 폭이 넓어진다.

야당 등은 자위대 파견은 국회의 사전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넣자고 주장했지만 연립 3당은 사후승인으로 충분하다며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논란을 빚었던 무기와 탄약수송 업무는 육지에서는 금지하고 해상에서만 허용했다. 일본 정부는 이달말경 파키스탄과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섬(영국령)에 조사단을 파견하며 미국 영국 파키스탄과 협의를 거쳐 내달 중순경 자위대 파견 기본계획을 마련한다. 일단 보급함 수송함 호위함 수송기 등을 보내 연료 물 식량 등 전쟁 수행에 필요한 물자와 난민 지원용 물자를 수송할 예정이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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