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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5일 23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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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정권의 와킬 압둘 무타와킬 외무장관(사진)이 14일 극비리에 파키스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행적과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탈레반 내 온건파로 알려진 무타와킬은 미국 테러사건 이전까지 탈레반 정권의 실질적인 2인자 역할을 해오면서 외부세계에도 널리 알려진 인물.
이 때문에 그의 파키스탄행과 관련해 가장 먼저 떠돌기 시작한 것은 망명설. 아랍에미리트(UAE) 관영 WAM통신은 15일 “무타와킬이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무하마드 오마르와 권력투쟁을 벌인 뒤 탈레반 내 분리주의자들을 규합해 왔으며 그가 파키스탄에 간 것은 탈레반 이후 아프가니스탄 과도정부를 구상하기 위한 시도”라고 보도했다.
또 다른 관측은 그가 탈레반을 대표해 미국과 협상을 벌이기 위해 파키스탄을 찾았다는 것. 파키스탄의 네이션지는 15일 이슬라마바드를 방문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행적과 우연히 일치하는 그의 방문 시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무타와킬 장관이 파키스탄에 온 것과 지난 주말 압둘 살람 자이프 탈레반 대사가 칸다하르로 들어간 점에 비춰보면 미국과 모종의 협상이 이뤄질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관측했다.
탈레반측은 무타와킬 장관의 국외 망명설을 전면 부인했다. 오마르의 대변인은 15일 파키스탄의 아프간이슬람통신(AIP)을 통해 그의 망명설은 “날조된 거짓말”이라면서 그가 칸다하르에서 집무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카타르의 알자지라 방송은 무타와킬 장관이 미국과 탈레반의 중재에 이슬람 국가들의 참여를 모색하기 위해 UAE의 수도 아부다비에 도착했다고 보도했으나 UAE의 소식통들은 이를 부인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