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테러리스트의 인생유전

  • 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36분


‘그렇게 온순하고 착하던 사람이 거물 테러리스트였다니….’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직후 “이슬람 신도들은 미국에 대한 성전(聖戰)을 수행하라”고 촉구한 테러조직 알 카이다의 대변인 술라이만 아부 가이트가 수개월 전 만해도 평범한 고교 교사였던 것으로 드러나 화제다.

아부 가이트는 8일 알 자지라 방송이 빈 라덴의 인터뷰를 내보냈을 때 그의 오른쪽에 나란히 앉아 있었고 9일엔 알 카이다의 대변인으로 나와 성명을 낭독했던 인물.

그와 알고 지낸 왈리드 타브타바이 쿠웨이트 의원은 “아부 가이트는 올 초여름까지 쿠웨이트의 한 고등학교에서 종교과목을 가르쳤던 교사”라며 “누구도 그를 지도자감으로 생각지 않았다”고 말했다. 타브타바이 의원은 “아부 가이트는 올 초여름 가족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갔다왔으며 얼마 전 가족을 쿠웨이트에 남겨두고 다시 아프가니스탄으로 갔다”면서 “빈 라덴의 조직에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것을 보고 모두 놀랐다”고 말했다.

아부 가이트와 알고 지냈던 이들도 “그는 조용한 교사였을 뿐”이라며 ‘놀라운 변신’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AP통신이 10일 보도했다.

한편 미국 비행기 자살 테러의 핵심 행동책으로 지목돼온 모하메드 아타(33) 역시 변호사 출신의 아버지 밑에서 응석받이로 자란 수줍은 성격의 아이였다고 뉴욕타임스지가 10일 보도했다.

아타의 고등학교 동창인 모하메드 하산 아티야는 “아타는 다른 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부모님은 그가 항상 우등생이길 바랐다”고 말했다. 아타가 이슬람교와 정치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1년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이 암살당했던 때라는 것.

명문 카이로대를 졸업한 아타는 90년 독일 함부르크 공대로 유학을 간 뒤 홀로 이국생활을 하면서 열혈 이슬람교도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 수사당국은 아타가 97년 11월부터 1년 간 독일에서 행방을 감추었는데 이때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이다 캠프에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리고 2000년 6월 미국으로 건너가 15개월동안 비행훈련을 받으면서 ‘순교자’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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