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빈 보따리'로 올듯

한일간 주요 현안과 입장
현안	한국 입장	일본 입장
역사 교과서 왜곡	-내년 중고교 교과서 검정 등 향후 역사왜곡 재발방지 약속해야 -한일 파트너십에 근거해 역사왜곡 방지위한 근본대책 강구해야	-우익교과서의 역사인식은 일본 정부의 생각과는 일치되지 않아 -고이즈미 총리 방한 때 ‘진전된 입장 또는 유감’ 표명할 것
야스쿠니 신사 참배	-고이즈미 총리가 다시 신사참배 않을 것을 명시적으로 약속해야 -A급전범과 일반 희생자가 구분되 도록 근본적 조치를 취해야	-신사 참배는 일본을 위해 희생된 사람 들을 추모하고 평화의 맹세를 새롭게 하기 위한 것 -방한 때 과거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 한 깊은 반성 표명(예상)
2002 한일 월드컵	-성공적인 공동개최를 위한 양국간 긴밀한 우호협력 분위기 조성 -미국 테러사건을 계기로 한일간 테러에 대한 공동 대처	-한국과 적극 협력
대북 공조	-대북 포용정책 추진을 위해 인도 적 지원 등 일본의 적극적 역할 기대	-행방불명 일본인에 대한 북측의 납득 할 만한 조치 등이 선행돼야 -방한 때 한국측 입장을 배려한 진전된 반응 보일 가능성(예상)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어떤 ‘보따리’를 들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서울을 방문할까.

4월 일본 문부성이 역사 왜곡 교과서를 합격시키면서 한일관계가 현재의 상태로 냉각됐기 때문에 일본 정부도 양국 관계의 복원을 위해서는 한국보다는 일본측의 노력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꺼내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이 현안이 된 역사문제 등에 관해 한국이 납득할 정도의 ‘해결책’을 제시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해결을 위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4일 “총리의 체류 일정이 워낙 짧아 공동선언문 등 구체적인 문안 발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측이 성의를 다하고 있다는 마음이 전달되도록 애쓰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양국 정상이 처음으로 만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회담은 실무 회담이 아니라 한일관계의 커다란 방향을 정하는 회동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히메노 쓰토무(姬野勉) 내각 부공보관도 “지금까지 고이즈미 총리가 밝힌 ‘하루라도 빨리 한국과 중국의 정상을 만나 진솔하게 대화하고 싶다’는 의지가 실현된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이 양국 정상이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는 성격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 입장에서 보면 이번 방한은 한국과의 화해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한 다목적 방문으로 보인다. 우선 고이즈미 총리는 20일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리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어색한 조우’를 피하기 위해 이번 방한을 강력히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번 APEC 회담의 경우 참가국 정상들의 화제가 미국에 대한 동시 테러사건에 집중될 것이기 때문에 설혹 김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생겨도 한일 양자관계를 심도 있게 논의할 겨를이 없다는 점도 고이즈미 총리가 방한을 서두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인접국인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가 장기간 표류할 경우 자신의 외교역량에 대한 국내의 비난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점도 고이즈미 총리가 서둘러 양국 방문에 나서게 된 배경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