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아편생산 다시 늘듯”…탈레반 단속 느슨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40분


아프가니스탄에 전쟁위기가 고조되면서 한때 전 세계 공급량의 75%를 생산했던 아프가니스탄의 아편생산이 급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외신보도에 따르면 최근 암시장에서 생아편의 가격은 ㎏당 250달러로 절반 가까이 급락했다. 아편경작이 시작되는 10월 중순과 11월 초순을 앞두고 아프가니스탄에서 아편 재배량이 다시 급증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알렉산더대왕 시절부터 아편재배가 성행했던 아프가니스탄은 전 유럽 헤로인의 80%를 공급할 정도로 거대한 아편생산국이었으나 탈레반정권이 지난해 7월부터 아편재배를 철저히 금지하면서 생산량이 급격히 줄었다. 유엔의 통계상으로도 1999년 4600t에 이르렀던 아프가니스탄의 아편생산량은 올해 100t까지 떨어졌다.

탈레반이 아편생산을 금지시킨 표면적 이유는 지도자 모하마드 오마르가 아편생산이 비이슬람적이라고 규정했기 때문. 그러나 사실은 국제적으로 합법정부로서의 정통성 확보를 위해 마약과 전쟁을 치르는 서방국가의 신뢰를 얻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던 것. 그러나 탈레반 외무부대변인은 올해 초 “아편재배를 근절시키다시피 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서방세계의 응답은 가혹한 제재뿐”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털어놓았다.서방과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는 탈레반 정권에 아편재배를 근절시킬 의지도, 여력도 남아있을 리 없는 데다 아프가니스탄 농부들도 평균 월소득의 100배가 넘는 수익을 보장해줄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형편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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