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美에 유화제스처…“테러 보복전 불똥 튈라”

  • 입력 2001년 9월 21일 18시 40분


이라크가 20일 미국의 테러참사이후 처음 테러 희생자들에 대해 애도의 뜻을 표시하며 미국의 복구노력을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고 나섰다.

사담 후세인 대통령은 이날 “이는 미국 정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도적인 차원”이라고 전제한 뒤 “미국이 붕괴된 시설을 복구하는데 이라크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관영 INA통신을 인용해 CNN방송이 보도했다.

이란과 시리아 등 대부분의 반미국가들이 미국 참사직후 테러공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한 것과 달리 이라크 정부와 후세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테러 사건과 희생자에 대해 직접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았다.

후세인 대통령은 이어 “91년 걸프전이후 미국은 이라크에 20만t의 폭탄을 퍼부어 건물과 다리,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의 상당수가 붕괴됐다”고 주장하면서 “이번 기회에 이라크에 대한 경제제재조치를 완화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라크의 한 고위관리는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경제 및 군사제재를 가하는 바람에 이라크가 테러참사를 당한 미국에 호의를 표명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타리크 아지즈 이라크 총리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미 행정부에 ‘심심한 위로’를 전하는 이라크 정부의 공식서한을 이번 주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의 대표지인 바벨은 20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테러보복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라크를 공격할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라크는 중립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태도변화가 오사마 빈 라덴과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공격이 임박하면서 이라크가 또다른 배후세력으로 지목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 보복전의 불똥이 튀는 것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고육책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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