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빈 라덴의 자금줄’ 포착…파나마등 자금통로 이용

  • 입력 2001년 9월 20일 19시 16분


미국 수사당국의 테러 수사가 진전되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오사마 빈 라덴의 테러자금 조달방법과 사업체의 모습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지미 거룰 미 재무차관은 18일 재정범죄특별수사팀이 “이번 테러 공격에 연루된 용의자들이 사용한 자금 흐름의 윤곽을 포착하기 시작했다”면서 “이들과 다른 테러리스트 사이에 존재할 지도 모를 재정적 연결고리를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테러범들이 이번 테러에 사용한 공작금은 비행학교 숙박비 항공료 등으로 100만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러범과 연관된 자금의 통로로 이용된 국가들에 대한 국제적 수사도 진행중이다. 중미 국가의 금융기관과 빈 라덴 간 연계를 수사 중인 파나마에선 ‘타크와’라는 금융회사가 빈 라덴의 자금 운용에 이용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또 불법자금 은신처로 오래 전부터 지목돼온 케이만군도는 이번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3명의 아프가니스탄 국적자의 계좌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제임스 울시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최근 빈 라덴 자금운용의 중추라고 밝힌 키프로스에 대한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빈 라덴이 테러자금을 조달하는 사업체들은 그의 테러조직 만큼 지구촌 여러 곳에 퍼져있다. 업종도 1, 2, 3차산업 모두를 아우르고 있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재벌을 연상케 한다.

지금까지 가장 많은 사업체가 확인된 국가는 수단이다. 빈 라덴은 1991∼1997년 수단에 망명해있는 동안 건설업체 무역업체 투자전문업체 가구회사 낙타사육장 양봉업체를 운영했다. 또 케냐의 타조사육장과 어장, 터키의 산림업체, 아프리카의 다이아몬드 무역업체, 타지키스탄의 곡물농장 등도 그의 사업목록의 일부다. 심지어 노르웨이의 목재, 제지업에도 4000만달러 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빈 라덴은 금융업에도 손을 대 중동출신 노동자들이 본국에 송금할 때 은행대신 수수료를 지급하고 이용하는 ‘하왈라’라는 사금융이 그의 사업체라는 것. 이슬람신자들이 자선기금으로 내놓는 ‘자카트’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헌금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사우디 아라비아는 18일부터 한달에 100만∼200만달러나 되는 헌금차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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