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주변國 “美지원 딜레마”…파키스탄-중앙亞 긴장고조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37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이 곧 단행될 조짐을 보이면서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주변국에서도 점점 전쟁이 임박했다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위해 파키스탄은 물론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등으로부터 영공통과 및 군기지 제공 등의 협력을 얻어내기 위해 총력 외교를 진행중이다. 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과 그를 비호하는 탈레반 정권에 대한 공격을 위해서는 파키스탄 또는 중앙아시아의 일부 국가를 ‘공격발진기지’로 삼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슬람 반대여론 부담▼

▽파키스탄〓파키스탄이 공군기지 제공을 거부하면 미군은 아프가니스탄에서 2000㎞ 이상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비행기를 출격시켜야 하기 때문에 파키스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 입장이다. 미국이 지상군을 투입할 경우에는 파키스탄에 병참기지를 설치해야 한다.

파키스탄 정부는 ‘유엔의 결의가 있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기는 했으나 영공개방과 기지제공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민의 99%가 이슬람교도여서 미국 지원에 대한 반대 여론이 부담이다. 탈레반이 미국에 협조하는 나라에 대해 보복하겠다고 선언한 뒤 파키스탄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타지키스탄〓수도 두샨베 공항은 중앙아시아의 최대 공항으로 대규모 병력과 장비를 신속히 이동시킬 수 있어 미군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타지키스탄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미국과 공조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밝히고 17일 전군에 비상령을 내렸다. 테러 응징행위에 대한 직접 참여 여부는 러시아와의 협의를 거쳐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권이 위협받을 정도로 전국적인 기아(飢餓)문제를 겪고 있는 데다 예상되는 아프간 난민의 대량 유입이 골칫거리다.

▽우즈베키스탄〓아프가니스탄과 170㎞에 걸친 국경선을 갖고 있는 우즈베키스탄은 타지키스탄에 못지 않게 미국이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국가. 미군의 공습이 장기화되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등이 주둔할 주요 후보지로 꼽힌다.

우즈베키스탄은 미군에 영공개방과 기지를 제공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현재 ‘우즈베키스탄 이슬람 운동(IMU)’이 주도하는 이슬람 세력들과 내전을 계속하고 있다. 탈레반이 IMU 테러범들을 양성 비호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돕는 것이 반정부 세력을 공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다.

▽기타 중앙아시아 국가〓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 언론이 미군에 기지제공 등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정부는 부인하고 있어 협조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아프가니스탄을 통해 아시아에 지하 자원을 수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어 쉽게 단안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

▼美 요청땐 긍정검토▼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을 접하고 있지는 않지만 카자흐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미국의 협조요청이 있을 경우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이란은 난민유입을 막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의 국경을 봉쇄했다. 현재도 150만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이란에 있으며 이들이 종종 사회불안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란 내에는 반 탈레반 세력도 많지만 미국의 군사적 보복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이란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외교적 지지 정도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미국은 아직도 이란을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종훈기자·두샨베(타지키스탄)〓김기현특파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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