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행 아시아나機 "승객안탄 짐 있다…""회항하라"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57분


15일 오후 9시10분경 동해 상공을 날던 인천발 시드니행 아시아나항공 OZ601편 기내. 한 승객이 기내식을 제공하던 여승무원에게 불쑥 말을 건넸다.

“일행 14명 중 6명이 타지 않았어요. 어떻게 된 겁니까.”(승객) “탑승구에서 방송했는데 오시지 않아 출발했습니다. 맡긴 짐도 없으니 내일 타면 됩니다.”(승무원)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대신 짐을 부쳤는데….”(승객) “예?”(승무원)

승무원은 ‘짐을 대신 부쳤다’는 얘기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미 테러 참사의 여파로 수하물 검색이 엄격해진 상황에서 국제 항공 운항 규정상 금지된 ‘주인 없는 수하물’을 실은 것이 적발되면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금지된 물품, 무기나 폭발물이라도 발견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긴급 연락한 기장은 오후 10시 본사로부터 ‘회항’ 명령을 받았다. 오후 8시12분 이륙해 후쿠오카 상공을 날고 있을 때였다. 기장은 기내 방송을 통해 회항 사실을 알리고 착륙 중량을 맞추기 위해 공중에 연료를 버렸다. 기내는 일순 술렁거렸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비행기는 16일 0시40분에 인천공항에 안착했다. 같은 시간 아시아나항공 인천공항 지점도 미탑승객을 수소문하느라 분주했다. 혹시 테러리스트가 있지 않나 하는 의심 때문이었다. 항공기에 탄 일행들이 “면세점에서 쇼핑하다가 비행기를 놓친 것 같다”고 말하기는 했다. 한밤중 집으로 연락했더니 모두 효도관광에 나선 노인들이었다.

“왜 비행기를 타지 않으셨어요?”(지점) “면세점에서 물건을 사다가 놓쳤어요. 방송을 미처 듣지 못했습니다.”(미탑승객) “그럼 다시 공항으로 오세요.”(지점) “다시 탈 수 있나요. 알겠습니다.”(미탑승객)

미탑승객이 인천공항에 도착해 항공기에 다시 탄 시간은 16일 오전 1시40분. 항공기는 목적지인 시드니로 다시 향했다.

<송진흡기자>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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