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무역센터 참사 가튼버그씨 '마지막 통화'

  • 입력 2001년 9월 16일 18시 57분


“여보, 지금 빌딩에 엄청난 불이 난 것 같아. 갇혀서 빠져나갈 수가 없어. 이게 당신과 마지막 전화가 될 것 같아. 당신과 니콜을 정말 사랑했어.”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납치 여객기가 충돌한 11일은 부동산회사 세일즈맨인 제임스 가튼버그(35)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센터 북쪽 빌딩 86층 사무실에 마지막으로 출근한 날이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테러 직후 건물이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가튼버그씨가 1시간 동안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통로인 전화를 통해 아내 및 친구들과 나눴던 생애의 마지막 대화를 재구성해 15일 보도했다.

가튼버그씨는 사무실에 도착한 직후인 오전 8시45분경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벽과 천장이 뒤흔들리면서 연기가 차오르는 것을 목격했다. 동료들과 함께 계단 통로를 찾았으나 이미 방화문이 굳게 닫혀있었고 계단쪽 문도 꼼짝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전화만은 정상 작동했다.

가장 먼저 아내 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부재중이었다. 그는 건물에 불이 난 듯하며 살아서 나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자동응답기에 남겼다.

이때 전화벨이 울렸다. 절친한 친구인 애덤 골드먼이 TV로 테러소식을 보고 전화를 건 것이었다.

가튼버그씨는 “불이 나서 완전히 갇혔어. 나 좀 제발 구해줘”라며 비명을 질렀지만 골드먼씨는 “침착하라”는 말밖에 할 수 없었다.

이어 가튼버그씨는 파크애비뉴 사무실에 있는 부사장 마거릿 루버다에게 전화를 걸었다. 부사장은 곧바로 911에 전화를 걸어 가튼버그씨와 소방대원의 대화를 중계했다.

“숨쉴 수 있는가.” “힘들다.”, “물이 있는가.” “있다.”, “물로 옷을 적시고 호흡하라.”

건물 더미가 붕괴되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생명선’과도 같은 전화기를 붙들고 책상 아래로 들어갔다. 살아나가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판단한 가튼버그씨는 골드먼씨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너는 최고의 친구였다. 날 위해 다른 모든 사람들을 돌봐주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이어 사무실에 출근한 아내 질에게도 전화를 걸어 아내와 두살짜리 딸 니콜이 자신에게 전부라는 말을 전했다. 두 사람은 “당신을 정말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주고받았다.

전화가 끊기고 15분 후 남쪽 빌딩이 폭삭 주저앉았다. 10여분 후 가튼버그씨가 있던 빌딩마저 붕괴됐다.

그의 아내와 친구들은 “회사에 사표를 냈기 때문에 참사 현장에 있지 않을 수도 있었는데…”라며 울먹였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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