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테러 참사]워싱턴 표정…군용차에 손 흔들며 "미국만세"

  • 입력 2001년 9월 14일 19시 49분


13일 오후 3시반경(현지시간) 지하철이 ‘펜타곤(국방부 청사)역’ 구내에 들어서자 ‘펜타곤 출입증 소지자만 내리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모른 체 하고 내렸으나 경찰관이 다가와 펜타곤 근무자가 아니란 것을 확인하고는 다음 열차를 타라고 말했다.

다음 역인 ‘펜타곤시티’에서 해군장교를 따라 내린 다음 펜타곤 1차 출입통제선을 지나 남쪽 주차장까지 갔지만 경찰의 제지로 되돌아와야 했다. 인접한 메리어트 레지던트 호텔 17층에 올라가 펜타곤을 내려다보니 5각형 건물의 한 변에 해당하는 곳이 시커멓게 그을린 모습이었다. 잔해를 치우는 트럭과 구조대원들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주변 사무실, 백화점, 호텔은 이틀 전 끔찍한 테러가 일어난 도시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평온했다. 백악관 주위는 한 블록 정도 도로만 통제하고 있었다. 백악관 통제선 바로 앞 노천 카페는 담소를 즐기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었다. 핫팬츠 차림의 여성들은 조깅을 하면서 경비 경찰관에게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워싱턴 시민은 만나는 사람마다 테러를 강력히 응징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피가 모자라 헌혈을 당부했던 미국적십자사는 시민들의 호응으로 이제는 더 이상 헌혈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알렸다.

워싱턴의 주요 건물은 조기를 게양했다. 상당수 버스와 승용차도 조기를 달았다. 지나가는 군용차를 향해 손을 흔들며 ‘미국 만세’를 외치던 한 중년 남성은 “테러리스트들은 자유를 약점으로 생각하지만 우리는 강하다”고 말했다.

‘얼굴 없는 테러’로 엄청난 피해를 당한 미국인은 차분한 모습 속에 테러 응징의 결연한 의지를 감춘 채 복수의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워싱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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