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전복이 목표

  • 입력 2001년 9월 14일 18시 18분


미국은 뉴욕과 워싱턴 자살비행 테러의 배후인물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을 보호해온 아프가니스탄의 과격 이슬람 무장집단인 탈레반 정권을 전복시키는 대대적인 작전을 준비 중이라고 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미 상원과 하원은 이날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요청한 테러범과 배후세력 응징을 위한 무력 사용을 승인하고 ‘테러에 대한 전쟁’ 등의 비용으로 400억달러의 예산을 배정했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의 최종 목표가 아프가니스탄이 비호하고 있는 빈 라덴을 응징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점령해 탈레반 정권을 뒤엎는 것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지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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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월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도 이날 “군사공격의 목적은 테러리스트의 체포와 처벌이 아니라 이들의 은신처와 테러지원세력, 테러를 비호하는 국가를 끝장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의 한 관리는 사상 최악의 테러참사에 대한 미국의 보복전은 전 세계 테러리즘을 응징, 퇴치하기 위해 앞으로 수년간에 걸쳐 치러질 대(對)테러리즘 전쟁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고위 관리는 “한 차례, 혹은 몇 차례의 작전 만으로 실제로 테러리즘을 불구상태로 만들 수는 없다”면서 “수년이 걸린다면 수년을 투자할 것”이라고 미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전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는 리처드 아미티지 부장관을 1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 파견해 아프가니스탄에 인접한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의 러시아군 기지와 병력을 동원하는 문제 등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아미티지 부장관은 러시아측과 빈 라덴의 소재와 그의 무장조직 등에 대한 정보교환도 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 정부와는 아프가니스탄 공격을 위한 △영공 통과 △비행장 사용 문제 등을 깊이 있게 협의하고 있다.

한편 인도양과 유럽 등지의 미군 병력은 공격 명령을 수행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미 정부는 이날 딕 체니 부통령의 집무실을 백악관 인근에서 메릴랜드주 캠프데이비드 대통령 별장으로 옮김으로써 사실상 전시 지휘체제를 갖추었다.

콜린 파월 국무장관은 이날 회견을 통해 정부 고위 당국자로는 처음으로 빈 라덴을 이번 테러사건의 조종자로 지목했다.

한편 미 연방수사국(FBI)은 자살 테러 여객기에 탑승한 테러범 18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슬람 과격단체인 ‘이집트 이슬람 지하드’ 소속으로 빈 라덴의 조종을 받은 것으로 수사당국은 추정하고 있다고 CNN방송은 14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구조활동을 지원하고 추가 테러 가능성에 대처하기 위해 예비군과 국가방위군 5만명에 대한 동원령을 내렸다고 AP통신이 14일 보도했다.

<조헌주기자·워싱턴〓한기흥특파원>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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