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성급한 군사행동 악영향 부를수도”

  • 입력 2001년 9월 13일 23시 17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뉴욕과 워싱턴에서의 ‘여객기 충돌 테러’ 행위를 전쟁 행위로 규정,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고 선언한데 대해 일각에서는 미국의 군사 행동이 자칫 미국과 아랍권의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의 유명 언어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노엄 촘스키(사진)는 12일 ‘세계 사회주의자 웹사이트(wsws.org)’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의 성급한 군사 공격은 오히려 악영향을 부를 수도 있다”고 충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는 이번 ‘여객기 충돌 테러’ 사건을 ‘의심의 여지가 없는 끔찍한 잔학 행위’라고 규정했다. 더욱이 희생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금융기관 회사원, 소방관 등 평범한 사람들이어서 테러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국가들은 전세계적인 분노를 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희생된 사람의 숫자로만 보면 이번 사건은 뚜렷한 증거도 없이 미국이 다른 나라들에 행한 무차별적인 공격으로 희생된 사람들의 수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98년 8월 빌 클린턴 행정부가 케냐 등 미국 대사관 테러사건과 관련해 아프가니스탄과 수단 지역에 미사일 폭격을 퍼부었을 때는 수만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

그는 이어 “이번 테러는 미국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제가 얼마나 형식적이고 우매한 짓인가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테러는 이번처럼 ‘훨씬 쉽지만’ 막기 어려운 방법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테러는 미국의 강경 외교정책이 부른 산물”이라면서 “미국이 이번 테러보다 더 심각한 보복을 가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우려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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