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테러 대참사]피랍 여객기 조종실-승객 긴박의 대화록

  • 입력 2001년 9월 13일 18시 47분


11일 자살비행 테러에 동원된 미국 여객기들의 급박했던 마지막 상황이 납치범들과 조종사의 대화 등에 의해 조금씩 베일을 벗기 시작했다.

11일 오전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북쪽 빌딩으로 돌진한 아메리칸항공(AA) 11편 보잉767기 조종사는 비행기가 납치범들에 의해 장악되자 무선송신기를 비밀리에 작동, 지상관제사에게 상황을 전달했다고 CNN방송이 12일 보도했다.

당시 보스턴 로건 공항에서 AA 11편을 통제한 관제사는 “AA 11편이 공항을 이륙한 뒤 고도를 3만1000피트로 올리라고 지시했으나 아무 응답없이 갑자기 항로가 남쪽으로 바뀌었다”면서 “조금 뒤 조종석에서 한 남자의 이상한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체불명의 남자는 영어로 “바보 같은 짓 하면 다친다. 비행기를 뉴욕의 케네디공항쪽으로 돌려라”고 말했다. 이 사나이는 또 “우리는 더 많은 비행기를 갖고 있다. 다른 비행기들도 우리 수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AA 11은 뉴욕 허드슨강을 따라 계속 남쪽으로 향했으며 오전 8시45분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또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서머싯에 추락한 유나이티드항공(UA) 93편 보잉767기 승객들은 마지막 순간에 테러범들과 격투까지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

UA 93이 출발한 뉴저지주 뉴어크공항 관제사는 조종석의 무선송신기에서 “당장 여기서 나가”라고 소리치는 목소리를 들었다. 곧이어 “나가란 말야”라는 소리가 반복됐다.

잠시 뒤 조종석을 장악한 듯한 아랍 억양의 남자가 영어로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나는 기장입니다. 비행기에는 폭탄이 있습니다. 승객들은 현재의 위치에서 움직이지 마세요. 우리는 공항으로 돌아갑니다.” 그런 뒤 비행기는 180도를 선회해 항로를 정반대로 바꿨다.

같은 시간 비행기 뒤쪽에 있던 승객 제레미 글릭은 부인에게 몰래 전화를 했다. “비행기가 납치됐어. 아랍인 같은 남자 3명이 비행기를 장악했어. 한 사람은 폭탄이라는 붉은색 상자를 들고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칼을 들고 있다. 그래서 승객 중 일부가 납치범을 제압하는 방법을 고려중이야.”

다른 승객 토머스 버넷도 부인에게 전화해 “승객 1명이 칼에 찔렸다. 승객들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버넷은 조금 뒤 “범인들을 공격하기로 했다. 나중에 전화할게”라는 말을 남기고 전화를 끊었다. 그것이 마지막 소식이었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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