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미 테러 참사… 공연도 시상도 '급제동'

  • 입력 2001년 9월 13일 00시 17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불변의 원칙’도 폭탄 테러 앞에서는 무색하게 됐다.

미국 워싱턴과 뉴욕에서 발생한 테러 참사의 여파가 뉴욕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는 물론 서부 할리우드로 번져 대형 연예 관련 행사들이 속속 취소되고 있는 것. 연예계 이외의 다른 문화 행사들도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

16일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53회 에미상 시상식이 12일 전격 취소됐다. 에미상은 ‘TV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릴 만큼 권위 있는 상으로 에미상 시상식은 할리우드의 주요 연중 행사 가운데 하나.

에미상을 주관하는 미국 텔레비전예술과학아카데미의 짐 채빈 회장은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조의 표시로 시상식과 연예인이 참가하는 부대 행사를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아수라장이 돼버린 뉴욕 공연계의 찬바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브로드웨이의 연극과 뮤지컬은 대부분 공연이 취소됐다. 이번에 무너져 내린 세계무역센터는 브로드웨이와 오프 브로드웨이, 각종 무용 및 연극 공연의 할인 티켓 판매소가 있던 곳이기도 했다.

한편 11일 밤 로스앤젤레스 남부 잉글우드의 그레이트 웨스터 포럼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라틴 그래미상 시상식’도 취소됐다. 미국을 비롯해 120개국에 중계될 예정이었던 ‘라틴 그래미상 시상식’은 올해 400만달러의 예산을 들여 준비했던 대규모 행사. 이 행사를 주관하는 미국음반예술과학아카데미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상상할 수 없는 비극적인 사태와 안전 문제 등을 감안해 라틴 그래미상 시상식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12일 밤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릴 예정이던 슈퍼스타 마돈나의 대형 콘서트 역시 취소됐다.

워너브러더스, AOL타임워너, 소니픽처스 등 할리우드의 대형 영화제작사들도 일제히 문을 닫고 현재 진행 중인 촬영 작업을 중지해 테러의 여파로 할리우드가 꽁꽁 얼어붙었다.

미국 방송사들도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테러 관련 속보를 긴급 편성, 방송하고 있다. NBC의 경우 이번 주에는 제이 레노가 진행하는 ‘투나이트쇼’와 ‘늦은 밤 코난 오브라이언과 함께’ 등 밤 시간대 인기 프로그램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이밖에 로스앤젤레스카운티 박람회, 할리우드 볼 야외음악당 공연 등 각종 전시와 공연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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