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 80%이상 "전쟁도 불사해야"

  • 입력 2001년 9월 12일 23시 30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11일 자신이 워싱턴을 비운 사이 벌어진 사상 초유의 동시 다발 테러에 대해 처음엔 당혹해 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10시간 후 백악관에 복귀해서는 미국 국가원수이자 군통수권자로서 책임을 다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8시반 백악관에서 연설을 통해 “이번 테러에 대해 조용하면서도 강한 분노를 느낀다”며 “미국은 이 같은 사악한 행위의 배후자들과 이들을 보호하는 어떠한 국가에 대해서도 보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이번 집단 살인은 미국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게 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강력하며 그들은 실패했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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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히 “정보 사법기관에 총력을 다해 이번 사악한 행위의 배후자를 색출하도록 지시했다”며 “우리는 테러 분자와 이들을 보호한 자들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아침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주에 머물고 있었으며 사라소타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육개혁에 관해 연설하던 중 테러 소식을 접했다. 첫 번째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한 뒤 20분이 지나서였다. 그는 잠시 당혹스러워했으나 곧바로 방송을 통해 테러 발생 사실을 발표하고 원격화상으로 국가안보회의를 연 뒤 전군(全軍)에 비상경계령을 발동해 테러 주모자 수사와 응징, 희생자 총력 구난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그는 공군 1호기에 올라 백악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백악관 인근의 국방부가 테러를 당한 데다 피랍된 또다른 여객기가 백악관에서 별로 멀지 않은 피츠버그 상공을 날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하는 수 없이 공군 1호기는 기수를 플로리다주 인근 루이지애나주 박스데일 공군기지로 바꾸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곳 공군기지에 도착해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이어 그는 국가비상계획안에 따라 중서부 네브래스카주 전략공군사령부로 이동했다. 상하원 지도부에 초당적 대처를 당부하는 한편 합동참모본부와는 계속 대책을 논의했다.

대통령이 없는 워싱턴에서는 딕 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 등이 연방비상대책청(FEMA)에서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오후 7시 부시 대통령이 공군 1호기와 헬기를 갈아타며 백악관으로 돌아오자 속속 백악관으로 들어섰다.

한편 부시 대통령의 대국민연설 직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미 국민의 압도적인 다수는 이번 테러 분자들을 색출, 응징하기 위해 전쟁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이 성인 6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자의 94%가 이번 테러 집단이나 국가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특히 80% 이상은 전쟁도 불사하는 군사적 공격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같은 시간 CNN과 갤럽이 성인 4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6%가 이번 테러를 전쟁행위로 간주한다고 답했으며 87%는 이번 참사가 자신의 부모와 배우자의 사망 등보다 더욱 비극적이며 자신이 겪은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라고 답했다.

<권기태·권재현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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