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시다발 테러]미군기지 경계 대폭 강화

  • 입력 2001년 9월 12일 02시 56분


◇외출장병 긴급복귀령 "엄청난 테러에 경악"

11일 밤(한국시간) 뉴욕 세계무역센터 비행기 충돌 등 주요 도시에서 테러로 추정되는 폭발사고가 잇따르자 서울 종로구 세종로 주한미국대사관과 용산 주한 미군기지 주변은 삼엄한 경계 속에 긴박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밤을 새워 건물 전체에 환하게 불을 켠 채 비상근무를 하고 있던 주한미대사관측은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대사관 차원의 대책회의는 갖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사상 초유의 사태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

한편 미대사관 주변에는 평소보다 2배 정도 많은 40여명의 경찰과 순찰차 2대가 배치되는 등 경계경비가 강화됐다.

사고 소식이 전해진 주한미군 각 부대에도 긴급 경계강화령과 함께 외출 중인 미군에 대한 긴급 부대복귀 명령이 떨어져 장병들이 속속 귀대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용산 미군기지에는 오후 11시경부터 출입차량에 대한 검문 검색을 강화해 폭발물 검사를 마친 차량에 한해 출입을 허용했다. 이 때문에 출입구마다 미군차량이 수십m씩 늘어서 있었다.

기지 관계자는 “최근 국방부에서 한국과 일본의 미군기지에 대해 테러경계령을 발동해 경계가 강화됐지만 이처럼 엄청난 상황이 발생할 줄은 몰랐다”며 “한국 내 기지들도 자체 시설에 대해 매우 높은 수준의 경계태세 강화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 나와 있는 미국인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미국 현지 가족이나 회사와 연락을 취하며 밤을 꼬박 새웠다. 세계적인 주방기기 제조업체인 테팔사의 한국 지사장인 뉴욕 출신 리처드 웨슬러(31)는 “한국에 있는 미국인 동료들과 밤을 새우며 TV를 시청하고 있다. 다행히 펜실베이니아에 있는 아내에게 안전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뉴욕의 친지들은 지금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공포에 떨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우려했다.

한국외국어대 리처드 그리버 교수(영어과)는 “너무 끔찍한 일이 일어나 할 말을 잃었다. 미국의 안보에 심대한 위기가 닥친 것 같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박윤철·차지완·조인직기자>yc9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