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오니즘 비난 성명땐 철수”…남아공 유엔인종회의

  • 입력 2001년 8월 31일 18시 39분


유엔 반(反)인종차별회의가 이스라엘의 시오니즘(유대인 민족주의) 비난 문제, 노예제도에 대한 배상 문제 등으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31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개막됐다.

7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회의에는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과 피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이 참석해 각각 이스라엘과 미국을 비난하는 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또 아랍동맹 22개 회원국 대표들은 이미 시오니즘 비난 문안 채택을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이번 회의의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밝혔다.

이번 회의에서는 아울러 미국 유럽 등의 노예제에 대한 아프리카 국가들의 사과 및 배상 요구가 본격적으로 제기될 예정이다.

교황청은 인간복제는 ‘하위 인간’을 만들어내 새로운 인종차별의 위험이 있다는 성명문을 이번 회의에 보내왔으며 중국과 인도는 각각 티베트인 차별문제와 카스트제도의 신분차별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로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번 회의 성명문에 시오니즘 비난 문구를 넣으려는 아랍권의 움직임에 반발해 불참을 위협해 왔으나 31일 일단 대표단을 파견했다.

이들은 시오니즘 비난 문구가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7일 폐막 전 철수함으로써 회의를 사실상 보이콧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78년과 83년에도 이 회의를 보이콧했다. 캐나다는 미국에 동조해 30일 불참키로 했으며 영국은 미국과 보조를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개막된 더반 시내 국제회의센터 주변에는 동성애 차별 반대자, 소수 인종 차별 철폐론자, 빈민 차별 철폐론자 등 세계 각국의 시위대 수천명이 몰려들어 30일부터 연일 시위를 벌였다.

이번 회의에는 전세계 166개국에서 정상급 13명을 포함해 1만5000여명의 대표단이 참가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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