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경제 침체늪 “허우적”…IT불황 겹쳐 최악 상황 우려

  • 입력 2001년 8월 30일 19시 08분


일본 경제가 고질적인 장기불황에다 세계 정보기술(IT)산업 불황이 겹치면서 ‘침체의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과 연립여당이 각종 긴급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재로선 ‘백약(百藥)이 무효(無效)한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


▽위협받는 주가 10,000엔대〓도쿄(東京)증시 닛케이평균주가는 고이즈미 내각 출범 직후인 5월7일 14,529.41엔으로 올들어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큰 악재 없이도 수직하락했다. 지난달 완전실업률이 5%를 돌파한 데 이어 29일 심리적 마지노선인 11,000엔대가 무너지자 일본 경제계는 자신감을 상실한 상태다. 게다가 다음달 중간결산에서 흑자를 유지하기 위해 각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 보유주식을 대거 내다 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머지않아 10,000엔대도 깨질 것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증시에 확산되고 있다.

▽고이즈미 내각 ‘진퇴양난’〓일본 정부는 실업자 증가와 주가하락을 막기 위해 고용확대와 증시세제개편 등 긴급대책을 짜내고 있으나 얼어붙은 경기심리를 풀기에는 역부족. 게다가 경기회복과 구조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놓고 정부와 연립여당, 일본은행간의 의견조율이 끝나지 않은 상태여서 경제전망에 대한 불안감을 더해주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는 29일 밤 주가 11,000엔 붕괴에 대해 “눈앞의 조치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완수하는 것이 경제재생의 길”이라고 말해 개혁우선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정부가 어느 노선을 택하든 부정적인 반응은 피할 수 없다. 주가폭락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밀어붙일 경우 실업자가 더욱 늘어나고 금융기관이 다시 부실해져 경기악화를 피할 수 없게 된다. 또 경기회복에 무게중심을 둘 경우 구조개혁 지연에 대한 실망으로 경제가 다시 활력을 잃게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 여당 일각에서는 ‘구조개혁과 경기대책 병행론’도 고개를 들고 있지만 실현여부는 미지수.

▽성장률 마이너스 반전〓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관련 민간기관의 전망치를 취합한 결과 2·4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9%, 연율로는 -3.7%로 예측됐다고 30일 전했다. 노무라(野村)종합연구소도 2·4분기중 -0.2%, 연율로는 -0.8%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일본정부는 작년 4·4분기(10∼12월)이후 2분기 동안 플러스 성장을 보였으나 이번에 마이너스로 반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4분기 성장률은 9월7일경 발표된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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