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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3일 15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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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국가의 화폐에는 그 나라의 상징이나 기념물, 위인 등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 가운데 12개국에서 단일통화로 사용할 유로화에 특정 국가를 생각나게 하는 도안이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다.
고심 끝에 유럽중앙은행(ECB)이 생각해 낸 것이 다리(橋). 다리는 유럽국가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증진을 상징한다.
문제는 이 다리도 특정 국가의 다리여서는 안된다는 것. 현존하는 다리와 닮지 않은 가상의 다리 모습이어야 한다.
1차로 공개됐던 50유로 지폐의 다리는 이탈리아 베니스의 리알토 다리 , 100유로 지폐는 프랑스 파리 근교의 뇌일리 다리 , 500유로 지폐는 프랑스 노르망디 다리와 닮았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다.
그런데 최근 공개된 5유로 지폐의 최종 도안이 프랑스 남부 아비뇽 지방의 퐁 뒤 갸르 다리 (사진)와 흡사해 화제다. 이 다리는 갸르 강에 놓인 2000년 전 로마시대의 수도교(水道橋) 유적으로 높이가 49m나 되는 3층 짜리 다리. 이 다리는 1985년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 지폐를 도안한 오스트리아 예술가 로버트 칼리나는 "지폐의 다리가 3층이라 퐁 뒤 갸르 다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며 "실제 다리는 1층과 2층의 높이가 같지만 지폐의 다리는 1층과 2층의 높이와 기둥 크기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아비뇽 지방 사람들은 "지폐의 다리는 약간 변형을 주었지만 해마다 140만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우리 지방의 자랑거리를 그린 게 틀림없다"며 벌써부터 이를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파리=박제균기자>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