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링고 대주교 "결혼 포기못해"

  • 입력 2001년 8월 8일 09시 31분


성직자 신분에도 불구하고 한국출신 여성과 결혼, 로마 교황청의 파문 위협을 받고 있는 엠마뉴엘 밀링고(71) 대주교와 교황청의 `협상'이 시작됐다.

밀링고 대주교는 7일 오전 결혼 논란이후 처음으로 교황 하계 휴양지인 카스텔곤돌포를 방문해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알현했다.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밀링고 대주교가 교황을 알현했다"면서 "알현은 밀링고대주교가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말했다.

성명은 교황과 밀링고 대주교 간에 오고 간 대화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은 채 "이번 만남으로 긍정적인 사태발전을 위한 대화가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황청의 기대와 달리 밀링고 대주교측의 입장을 완강하기만 하다. 최근밀링고 대주교는 성직자도 결혼을 해 가정을 이뤄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하며 결혼을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즉 파문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친 것이다.

또 이날 밀링고 대주교의 측근이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대변인인 필립 생커목사도 "밀링고 대주교가 이미 결혼 생활을 시작했으며 그의 결혼은 신의 은총이 결혼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고 말해 결혼 포기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결혼 고수를 위해 파면도 불사하겠다는 밀링고 대주교를 교황청이 앞으로 어떤식으로 처리할 지 두고 볼 일이다.

잠비아 수도 루사카 대교구를 맡고 있는 밀링고 대주교는 지난 5월 27일 문선명목사가 주관한 단체결혼식에서 한국출신 여성 성마리아와 결혼했으며 성 씨와의 결혼을 완벽하게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독신 서약을 해제해 달라고 바티칸에 요청했다.

그러나 바티칸 당국은 밀링고 대주교에게 이달 20일까지 부인 성 씨와 헤어지는동시에 문 목사가 이끄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과 관계를 끊고 독신으로 남겠다고공개적으로 약속할 것과 "교황에 대한 복종"을 명백하게 밝힐 것 등을 요구하면서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를 파문하겠다고 경고했다.

[바티칸시티=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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