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베이 사형집행]희생자유족, 유리창 통해 집행 지켜봐

  • 입력 2001년 6월 11일 19시 09분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테러범 티모시 맥베이에 대한 사형집행은 미국 언론의 비상한 관심 속에 11일 예정대로 진행됐다.

전날 밤 처형실 옆 대기실에서 마지막 잠을 잔 맥베이는 이날 오전 6시 형집행을 위한 최종 알몸 수색을 받은 뒤 흰색 셔츠와 카키색 바지 차림으로 간수들의 호위 속에 처형실로 이동했다. 간수들은 맥베이의 수갑을 풀고 T자형 처형대에 눕힌 뒤 그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벨트로 팔과 다리 등을 다시 단단히 결박했다.

이어 오전 7시 그의 팔에 독극물 주사가 투여됐고 잠시 후 그의 심장 박동을 모니터하는 계기의 그래프가 멈췄다. 맥베이에 대한 처형이 진행되는 동안 옆방에선 보도진과 추첨을 통해 뽑힌 테러사건 희생자 유가족 및 생존자 대표들이 유리창을 통해 이를 지켜봤다.

사형반대론자들은 이날 오전 4시12분부터 7시까지 168분간 테러사건으로 숨진 희생자 168명을 매분마다 기리면서 사형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교도소 외곽에서 벌였다.

전날부터 테러 호테로 집결하기 시작한 이들은 "사람을 죽인 행위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는 정부가 다시 맥베이를 처형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사형제도가 철폐될 때까지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맥베이의 처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몰릴 것에 대비, 수백명의 병력을 테러 호테 연방교도소 부근에 집중 배치하고 삼엄한 경비를 펼쳤으나 전날까지 도착한 시위대는 100명이 채 안됐다.

이와는 달리 보도진은 1400명이나 몰려 맥베이 처형에 대한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반영했다. CNN 등 TV 방송은 이른 아침부터 맥베이의 처형에 관한 현장 분위기를 생중계하며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맥베이는 처형 전날인 10일 새벽 4시10분 그동안 자신이 수감돼 있던 연방교도소에서 사형이 집행되는 특별감옥의 대기실로 이송됐다.

그의 변호인인 롭 나이는 "맥베이가 이송도중 몇 년 만에 처음으로 깜깜한 밤하늘의 별과 달을 올려다 보았다 며 그가 잠시나마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는 맥베이는 희생자에겐 미안하게 생각하지만 연방정부와의 싸움에서 자신이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해 맥베이가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저지른 테러 행위를 후회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맥베이는 이날 낮1시 지상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약 940㏄의 민트 초컬릿칩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이어 친구들에게 작별 편지를 쓰고 잠을 자고 TV를 보고 변호인들을 접견하면서 마지막 일을 마무리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기자>eligius@donga.com

▼오클라호마시 사건이란▼

티모시 맥베이는 1995년 4월19일 미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를 폭탄을 실은 차량으로 폭파했다. 이 사건으로 어린이 10여명을 포함해 168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부상했다.

맥베이는 재판에서 93년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발생한 종교 집단 다윗파 사건을 연방 정부가 무력 진압하는 과정에서 신도 86명이 집단자살한 데 대한 보복으로 테러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충격으로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희생자 가운데 6명이 자살했으며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약물중독 등으로 가정 파탄의 비극을 겪고 있다. 97년 맥베이에게 사형이 선고된 이후에는 사형제도를 둘러싸고 미국내에서 뜨거운 찬반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홍성철기자>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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