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승리 후]伊극우연정 EU와 마찰 위기

  • 입력 2001년 5월 14일 18시 37분


94년에 이어 총리직에 재도전한 언론재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전진 이탈리아당 당수)의 중도우파 ‘자유의 집 동맹’이 상원에서 과반수를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이탈리아 정정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당수의 ‘자유의 집 동맹’에는 움베르토 보시 당수가 이끄는 북부연맹과 지안프란코 피니 당수가 이끄는 민족동맹 등 극우 정당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 극우정당에 대해 유럽연합(EU)은 물론 이탈리아 내에서도 반발이 크다.

보시 당수는 90년대 내내 부유한 북부를 남부와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주목받아온 인물. 그는 외국인 이민과 EU 통합에 대해서도 강력 반대하고 있다. 피니 당수는 베를루스코니 당수의 총리 시절 제2차대전 이후 처음으로 파시스트당(민족동맹) 출신 각료를 7명이나 입각시켰다.

유럽 통합정부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는 독일 프랑스 등은 극우 정당들이 이탈리아 연정에 참여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 등은 베를루스코니 당수가 정권을 잡으면 이탈리아는 EU에서 고립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EU는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극우주의자 외르크 하이더의 자유당이 연정에 참여하려 하자 제재를 가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당수는 각각 5∼10% 정도의 지지를 얻고 있는 북부연맹과 민족동맹의 참여 없이는 연정을 유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특히 그는 94년 집권 당시 북부동맹의 갑작스러운 연정 탈퇴로 7개월 만에 정권을 내줬던 전력이 있어 더욱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정정 불안이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베를루스코니 당수의 전력 때문. 그는 오랫동안 마피아 결탁설, 부패, 탈세 등의 혐의에 시달려왔다. 칠레 대통령 아우그스토 피노체트를 기소했던 발타자르 가르손 스페인 판사는 최근 베를루스코니당수를 수사하기 위해 전 총리로서의 면책특권을 박탈해달라고 유럽의회에 요청했다. 총선전 파이낸셜타임스, 르몽드, 쥐트도이체차이퉁 등 유럽 주요 일간지들은 그를 “집권할 자격이 없는 부패 재벌”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또한 이번 총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중도좌파 ‘올리브나무 동맹’이 96년 출범한 13대 의회를 중도해산 없이 5년 임기를 다 채우도록 정정을 안정시키는 등 여전히 국민으로부터 적지않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도 베를루스코니 당수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가 2차대전 후 58차례나 정권이 바뀐 전력이 있기 때문에 사소한 요인도 차기 정권을 불안하게 할 수 있는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기태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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