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취임 100일]내치는 합격 외교는 미숙

  • 입력 2001년 4월 27일 18시 32분


왼쪽부터 부인 로라여사, 아버지 조지 부시 전대통령, 어머니 바버라 여사
왼쪽부터 부인 로라여사,
아버지 조지 부시 전대통령, 어머니 바버라 여사
‘내치는 합격, 외교는 낙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9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대통령 집권 후 첫 100일을 놓고 집권 초반 국정운영을 평가하는 전통 때문에 요즘 미 언론은 연일 부시 대통령 평가로 바쁘다.

각종 여론조사에선 부시 대통령의 지지도가 62∼63%를 기록해 지난 40년간 역대 대통령들의 취임 100일 평균 지지도 61%를 약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격점은 넘었다는 얘기다.

부시 대통령은 26일 CNN방송과의 회견에서 “첫 100일이 매우 좋았다(pretty darn good)”고 자평했다. 그는 ‘darn’이라는 구어체의 강조형 표현으로 집권초 국정운영에 만족을 표명할 만큼 자신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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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대한 미국 내 여론은 비교적 호의적이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플로리다주의 재검표를 둘러싼 논란 끝에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힘입어 어렵게 당선되는 바람에 정통성이 취약한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당초 우려가 무색해질 정도다. 그가 솔직하고 쾌활한 인간적 매력을 앞세워 교육 세금감면 등 대선공약 이행을 착실히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는 데 어느 정도 성공했기 때문이다. 시간엄수와 상대에 대한 존중을 강조하는 부시 대통령은 해이한 시간관념과 비방 등이 당연시되는 워싱턴 정관가에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는 평도 듣는다.

그러나 8년 만에 정권을 내준 민주당의 평가는 차갑다. 리처드 게파트 민주당 하원원내총무는 26일 “지난 100일 동안 공화당과 민주당 사이에는 공조 협상 의견수렴 및 양당협의를 통한 결론 도출이 전혀 없었다”며 “부시 대통령이 말한 양당협력은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고비판했다.

취임 100일을 맞은 부시 대통령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평가. ‘힘의 외교’를 내세운 부시 대통령은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구축 문제로 유럽 중국 러시아 등과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중국과는 군용기 충돌사건 및 대만방위 지원을 위한 미국의 무력사용 문제 등을 놓고 심각한 대립관계로 비화돼 ‘신냉전’에 대한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지난달 기후변화협약에 관한 교토 의정서의 불이행을 일방적으로 선언해 국제사회 및 환경보호론자들로부터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지난달 방미 때는 북한에 대한 평가를 놓고 이견을 보였으며 북한과의 대화를 중단해 남북관계에까지 부정적 여파가 미치게 했다. 워싱턴포스트지는 22일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동맹국들의 반감만 키웠다”며 부시의 미숙한 외교를 꼬집었다.

부시 대통령은 30일 백악관에 상하원 의원 전원을 초청해 성대한 ‘백일잔치’를 벌인다. 그러나 경제 외교 분야에 숱한 난제가 도사리고 있어 잔치 뒤에는 본격적인 시련이 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

▼현모양처 로라부시 부엌일 챙기고 사적 외출 삼가▼

‘백악관을 미국 보통사람들의 가정처럼 편안하게 만드는 것.’

로라 부시 여사(53)가 백악관에 들어온 이후 줄곧 해온 일이다. 오래된 가구를 좋아하는 그녀는 율리시스 그란트 전 대통령의 가구들로 대통령 집무실을 장식했다.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쓰던 아담한 책상도 들여다 놓았다.

그녀는 직접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항상 음식 맛에 신경 쓴다. 1월 주지사단을 초청한 첫 공신만찬에 쓰일 요리들의 맛을 보면서 그녀는 무척 만족해하는 표정이었다고 측근들이 말했다.

백악관 입성 후 그녀는 현모양처 역할과 수많은 공식일정에 쫓겨 사적인 외출은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백악관 바깥의 레스토랑이나 워싱턴의 숱한 박물관 등을 한번도 찾지 못했다.

초등학교 교사를 지낸 그녀가 열정을 쏟는 공식 활동은 역시 교육 분야. 그녀는 2월 세자르 차베스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학교 순방에 나서 조기교육, 청소년 문맹퇴치, 교원 확충, 교사경력 우대제 등을 역설해왔다.특히 그녀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11일 석방된 미 정찰기 승무원 귀환행사에 불참한 것을 일부 언론이 비판하자 귀환행사 불참 결정에는 자신도 동의했다고 남편을 옹호했다. 부시 대통령도 그녀를 크게 신뢰하고 있으며 고위 여성 공직자의 인선을 앞두고는 그녀와 상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녀는 외출을 삼가며 튀지 않는 ‘현모양처형 내조’에 머무르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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