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기협상]철저히 비공개 진행 …장외서도 '함구'

  • 입력 2001년 4월 18일 18시 38분


1일 중국 하이난(海南)섬에 비상착륙한 미군 정찰기 반환 등을 논의하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18일 베이징(北京)에서 큰 관심 속에 시작됐다. 그러나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된 데다 첫날 협상을 마친 뒤에도 양측이 협상 내용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아 궁금증을 자아냈다.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이날 협상이 실패했다며 중국이 협상에 성의를 보이지 않을 경우 미국은 19일 협상을 속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외신은 전했다.

○…베이징 차오양구의 중국 외교부 청사에서 이날 오후 3시(한국시간 오후 4시)부터 협상에 들어간 양측 대표단은 3시간에 걸친 협상을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아무런 대꾸도 없이 협상장을 떠났다.

미국 대표들은 굳은 표정으로 협상장을 나와 곧바로 승용차 편으로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으로 직행해 모종의 협의를 가진 뒤 숙소인 차이나월드 호텔로 돌아갔다.

협상장과 미 대사관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이 협상 내용을 묻는 질문 공세를 폈지만 미 대표단은 못들은 척 이를 무시했으며 언제 다시 협상이 시작되는지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이날 협상이 난항을 겪었음을 암시.

○…협상 속개와 관련해 중국 관영 CCTV는 “양측은 19일에도 협상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보도. 그러나 미국의 한 고위 관리는 중국이 ‘생산적인’ 태도로 나올 것으로 판단되지 않는 한 미국은 19일 협상을 속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보도.

익명의 이 관리는 이날 협상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며 조지프 프루허 주중 미국 대사가 회담을 계속할 필요가 있는지를 결정하기 위해 19일 오전 중국 외교부 관리들을 만날 것이며 회담 속개를 위해 미국측이 원하는 사항을 중국측에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

○…이날 양측 대표단 구성에 대해 중국측은 외교부 미주대양주사(司) 루수민(盧樹民) 사장(우리나라의 국장에 해당)이 대표이며 군 관계자도 참석한다고만 밝혔을 뿐 명단은 비공개. 현지에서는 나머지 중국측 대표가 대부분 군 관계자라는 관측이 유력.

미 대표단은 협상에 앞서 단장인 피터 버거 국방부 부차관보를 비롯해 태평양 사령부의 스미스 소장, 닐 실록 베이징 주재 미국대사관 국방무관(준장) 등 7명의 대표단 명단을 발표.

○…조지프 프루허 주중 미국대사는 회담 전날인 17일 베이징 주재 40여개국 외교사절을 초청해 사건 개요와 회담 의제 등에 관한 미국측의 견해를 강조.

그는 사고 경위에 대해 “중국 전투기가 미군 정찰기에 3∼4피트까지 근접했다가 물러난 뒤 2차 근접비행을 시도하다 사고가 났다”고 설명.

그는 이어 “중국 전투기가 미 정찰기 꼬리에 부딪친 뒤 기체를 스치고 다시 정찰기 프로펠러와 충돌했다”면서 “이때 정찰기가 방향을 잃고 급회전을 했는데 곁에 있던 또 다른 중국 전투기에서 볼 때는 마치 정찰기가 급회전하면서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측의 주장을 나름대로 해석.

<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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