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언론탄압 강화…TNT간부 탈세혐의 고발

  • 입력 2001년 4월 17일 18시 29분


러시아 정부에 의한 언론탄압이 민영 NTV의 경영권 장악에 이어 같은 미디어 모스트 언론그룹에 속하는 일간지의 발행 중단과 유선방송사 간부에 대한 탈세 혐의 고발로까지 확대됐다.

일간지 ‘세보드냐’(오늘)의 대주주인 국영기업 가스프롬은 이 신문의 기자들이 NTV사태에 동조해 분규를 일으키자 미하일 베르게르 편집국장 등 주요 간부들을 해임한 데 이어 17일부터 신문 발행을 무기한 중단토록 조치했다. 소속 기자들은 2개월 휴직 처리됐다.

앞서 러시아 세무당국은 16일 유선방송인 TNT의 회계담당 임원인 옐레나 네트리키나를 공모에 의한 탈세 혐의로 고발했다. 세무당국은 TNT가 19만1000루블(약 850만원)의 세금을 포탈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미디어 모스트 계열사인 TNT는 그동안 NTV를 떠난 언론인들이 이 곳으로 옮겨 방송을 계속 제작하는 등 사실상 ‘망명 방송’의 역할을 해 왔다.

러시아 정부의 탄압으로 20여개의 언론사를 거느린 러시아 최대의 민간 언론그룹이었던 미디어 모스트는 사실상 와해되고 대부분의 계열사가 정부의 통제로 들어갔다. 미디어 모스트의 설립자인 유대계 블라디미르 구신스키 회장은 현재 스페인에서 도피생활 중이다. 한편 리처드 바우처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6일 “NTV사태는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는 것으로 NTV의 보존은 러시아의 장래 언론자유에 중요하다”며 NTV사태와 관련 “우리는 상황을 매우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러시아대표단의 리처드 라이트 단장은 NTV사태로 러시아의 언론자유가 악화됐다면서 5월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EU―러시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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