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우여곡절]"유감"→"사과하라"→"대단히 미안"→"수용"

  • 입력 2001년 4월 12일 01시 25분


미군 정찰기 사건과 관련해 쑨위시(孫玉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은 ‘sorry’와 ‘apologize’의 차이를 잘 알 것”이라며 미국의 유감 표명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강경한 태도는 11일 미국측의 사과 서한을 받고 누그러졌다. 탕자쉬안(唐家璇) 외교부장은 조지프 프루허 주중 미국대사로부터 미국 정부가 보낸 사과 서한을 받고 정찰기 승무원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이 불과 하루 만에 태도를 바꾼 것은 사과문제로 더 이상 미국 정부를 궁지로 몰아넣어서는 자신들이 되레 불리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게 베이징(北京)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중국은 미국 정부의 사과문 초안에 대해 무려 네 번이나 퇴짜를 놓았다. 미국은 이 때문에 다섯 번이나 서한 내용을 고치는 정성을 보였다. 사과 문안을 서로 조율하는 과정에서 양측간에 모종의 타협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관측이다.

남중국해 부근에서 정찰활동을 벌이던 미국의 EP3 정찰기는 1일 이를 추적하던 중국 전투기 2대 중 1대와 충돌한 뒤 이날 오전 9시33분 하이난(海南) 섬에 비상착륙했다. 정찰기 승무원 24명은 바로 중국 당국에 의해 억류됐다. 사고 중국 전투기는 추락했으며 조종사와 함께 실종됐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일 중국에 대해 미 정찰기와 승무원의 즉각적인 송환을 요구했으나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이번 사고의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측에 있다”고 비난하면서 미국측에 사과를 공식 요구했다.

대치 상태를 보이던 양국 관계는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중국 조종사의 실종에 대해 ‘유감(regret)’을 표명하고 첸치천(錢其琛) 중국 부총리에게 외교적 해결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면서 다소 풀리는 듯이 보였다. 부시 대통령도 5일 승무원들의 송환을 요구하면서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중국의 첸 부총리는 7일 파월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유감 표명은 충분치 않다며 사과를 요구했고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파월 장관이 8일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중국 전투기 조종사의 인명 손실에 대해 ‘미안(sorry)’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과의 막후 협상을 통해 사과 서한 내용을 조율한 끝에 11일 ‘매우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공식 서한을 보냈고 중국이 이를 수용함에 따라 마침내 미 승무원들의 송환이 이뤄지게 됐다.

<베이징·워싱턴〓이종환·한기흥특파원>ljhzi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