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룡대사 소환]정부 "中과 연대 일단 고려안해"

  • 입력 2001년 4월 10일 18시 39분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한 정부의 대응이 최상룡(崔相龍)주일대사의 일시귀국 조치를 계기로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한 양상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외교적 강경책을 쓸 때는 반드시 ‘비상구’를 확보하는 게 기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0일 교과서문제가 불거진 후 처음으로 일부 국내 언론의 ‘강성 보도’를 공식 부인했다. 일부 언론이 “정부가 중국과 협력해 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는 카드를 (대응책의 하나로) 검토 중이다”고 보도하자 “그 문제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고 일축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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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이처럼 기민하게 부인하고 나선 것은 ‘안보리 저지 카드’보다는 ‘중국과의 협력’부분이 훨씬 민감한 대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문제의 일본 교과서 중의 하나가 ‘조선반도는 일본에 끊임없이 들이대고 있는 흉기’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가 검정 과정에서 이를 삭제했다”고 상기하고 “북한, 중국과의 연대 운운은 일본 우익들의 이런 생각을 정당화시켜줄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고민은 일시 귀국토록 한 최상룡대사의 귀임길에 쥐어 줄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데에 있다. 최대사는 서울 체류 중 한승수(韓昇洙)외교통상부장관에게 업무보고를 하고 ‘정부 대책반’ 회의에 참석하며, 국회와 당 차원의 간담회에도 참석한다. 외관상 뭔가를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실제로 뭘 들고 돌아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정부로선 교과서 내용에 대한 중간검토 결과를 토대로 왜곡내용과 그에 대한 정부의 유감을 최대사를 통해 일본측에 거듭 전달하는 정도가 지금으로선 유일한 카드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1일 한일경제협회 일본측 회장단에게 유감을 표명한다 하더라도 그 수위나 내용은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일본이 긍정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측이 당초 최대사로부터 교과서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다가 이를 보류한 것도 김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는 것은 ‘가장 마지막에나 쓸 카드’라는 판단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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