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기 충돌 양국 반응]다급한 美 느긋한 中

  • 입력 2001년 4월 4일 18시 48분


《미군 EP3 정찰기의 중국 하이난(海南)섬 비상착륙 사건과 관련해 미중 양측의 언론 및 국민 반응은 양 정부간의 비난성명전 이상으로 뜨겁다. 그러나 작은 목소리지만 극한 대립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美,NYT등 신중한 해결 주문▼

주요 언론은 대체로 미 정찰기가 중국 영공이 아닌 공해 상공에서 통상적인 정찰활동을 벌였다는 미 정부의 입장을 두둔하며 미중 관계에 악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신중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지는 3일자 사설에서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對)중국정책에 불만을 갖고 있는 군부 등 반미 민족주의자들에게 단호히 대처하지 않으면 그가 염원하는 미중관계 개선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83명의 상하원 의원들은 3일 부시 대통령에게 대만에 이지스급 구축함의 판매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중국의 인권탄압 규탄 결의안이 찬성 406, 반대 6으로 하원을 통과하는 등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트레트 로트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 등은 정치인들의 중국 비난 발언은 이번 사건의 해결은 물론 미중 관계에도 도움이 안된다며 감정적 대응을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

또 국제법 전공인 프란시스 보일 일리노이대 교수는 “만약 중국이 미국 영해 근처에서 정찰활동을 하다 이번 사건과 비슷한 사건을 일으켰다면 미국은 절대로 이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국이 중국에 대해 도발적 행동을 한 것은 틀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임스 릴리 전 베이징 주재 미 대사는 “중국이 미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대만에 대한 첨단무기 판매 여론이 힘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에 승무원과 정찰기를 빨리 돌려주는 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中 "사과 받아야" 분도 확산▼

중국인들은 미국이 아무런 사과 없이 미군 정찰기와 승무원의 즉각 반환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크게 분노하는 분위기다.

베이징(北京)청년보 등 대중 일간지들은 “미국의 남중국해 정찰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거나 “미국의 패권주의가 이번 사건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은 중국 외교부가 3일 미국을 비꼰 것과 일맥상통한다.

외교부 주방짜오(朱邦造) 대변인은 하이난섬의 중국 공군기지에 비상착륙한 미군기가 미국의 영토와 같다는 미국측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태평양 건너의 미국 영토가 남중국해의 중국 영토로 날아왔는가”라고 반문하며 비꼬았다.

중국의 네티즌들은 더욱 흥분하고 있다. 중국의 인기 웹사이트인 시나(sina)와 소후(sohu) 등에는 미국의 중국영공 침범 등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의 글이 대거 오르고 있다.

네티즌들은 “적대세력에 대한 일체의 환상을 버리고 전투준비에 나서야 한다” “귀신같은 미국 X들이 저지른 강도행위에 대해 엄중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는 등 비난 일색의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홍콩의 언론들은 해결이 늦어질수록 중국이 불리할 것이라는 주장을 펴 중국언론들과 대조를 보였다.

일간 명보는 “중미 관계가 얼어붙을수록 대만이 첨단무기 획득 등 더 많은 과실을 따내게 될 것”이라며 “해결이 지체될수록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늦어지고 심혈을 기울여온 2008년 하계올림픽 유치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이징·워싱턴〓이종환·한기흥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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