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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8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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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 공동발표문은 한미, 한미일 협력기조를 강조하고 있다. 한미일 협력을 중시한 것은 페리 보고서였으며 3국 대북정책조정그룹(TCOG)회의도 이에 따라 열려왔다. 이 틀은 남북관계 개선이 선도하는 가운데 미일의 대북관계 개선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해왔다.
| ▼관련기사▼ |
| - [공동발표문 전문] - [미국 전문가 평가] |
김대중 대통령은 1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이 틀이 대북포위망이 아니라 북한과 국제사회의 협력을 돕는 역할을 한다고 설득했었다. 이번 정상회담 후 한미, 한미일 협력이 계속 이 같은 성격을 지닐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구체적으로는 부시 행정부가 페리 프로세스를 어떻게 보는지, 북―미 공동성명에 입각한 마지막 미사일 협상내용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남북관계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한 것은 당분간 미국이 북―미협상에 소극적 자세를 취할 가능성을 나타낸 것이다.
원칙적으로 대북정책에 있어서의 한미협력을 강조했지만 북―미관계와 남북관계를 분리해 각각 두 경로(Two Track)로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의 독자적 역할이 확대될 영역이 커진다는 것이지만 그럴수록 부담도 가중되지 않을 수 없다.
부시 행정부는 아직 북―미협상에 나서지 않고 있어 북한과의 신뢰 형성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부시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을 직접 드러낸 것도 이 같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북한으로서는 자신의 진정한 정책의도를 이해하고 이를 부시 행정부에 설명해줄 수 있는 협력자가 필요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변화에 대한 정확한 해석자 및 설명자로서 중국과 러시아가 할 수 없는 독자적 역할을 한국이 맡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미사일 포기에 대한 검증문제도 포괄적 의미의 상호 신뢰구축과 연관되어 있다. 북―미 미사일협상에서 보인 북한의 자세는 북―미 정상회담을 먼저 열어 상호 신뢰관계를 형성한 뒤에야 검증문제를 수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클린턴 정부 하에서도 북―미 대결국면을 페리 프로세스를 통한 협상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소중한 경험을 살려 북―미관계 개선의 축이 다시 가동될 수 있도록 정책의 일관성을 지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연구위원/남북정상회담▼
이번 회담은 부시행정부가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불식시켰다는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김대중대통령이 여전히 불신의 벽이 높은 부시행정부와 북한 정권 사이를 협상과 협력의 방향으로 거중 조정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남북정상회담에서 김대통령이 어느 정도 이 역할을 수행해 낼지가 향후 한반도 평화에 중요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김대통령은 북―미 미사일협상의 성공을 위해서는 합의 사항에 대한 투명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김정일국방위원장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남북관계에서 군사적 긴장완화를 향한 진전된 합의와 실천이 미국의 태도를 변화시키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김위원장에게도 남북정상회담은 부시대통령이 자신에 대해 갖고 있는 ‘회의감’을 거둬낼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2차 남북정상회담이 향후 북―미관계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NMD 논란▼
한―러공동성명으로 비롯된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논란이 한미공동발표문으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느낌이다. 한미 정상간 합의가 일단 미국의 우려를 잠재우는데는 성공한 것으로 보이지만 NMD문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NMD의 중요성은 지리적, 전략적으로 광범위한 영향력을 갖는다는데 있다. NMD가 군비경쟁을 부를 수 있다는 걱정도 있다.
우리에게도 NMD는 과거와 다른 전략적 사고와 대처 방식을 요구한다. 한미동맹의 범위를 한반도와 동북아라는 제한된 영역에서 전세계를 염두에 두는 방향으로, 동맹의 성격도 재래식 전력 위주에서 핵 전략에 동참하는 차원으로 확대돼야 한다.
NMD는 21세기 안보 질서를 가늠할 수 있는 중추적 사안이기도 하지만 주변 4강에 둘러싸인 우리에게는 그만큼 새로운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다행인 것은 아직 NMD 문제가 구상 단계에 있다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는 정부와 민간의 건설적 협의를 통해 이해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제성호 중앙대 법대교수/제네바합의▼
제네바합의는 북한 핵개발을 성공적으로 동결시켰을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 및 북―미관계 진전의 지렛대 역할을 해왔다. 이 점에서 한미정상이 제네바합의를 유지한다는 공약을 재확인하고 북한의 동참을 촉구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부시행정부가 클린턴행정부의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지만 제네바합의를 파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미국도 94년 한반도에서의 핵 위기 재현을 원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네바합의를 현 체제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당초 완공 예정 시한인 2003년까지 경수로 2기를 건설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제네바합의의 기본 골격을 유지하는 가운데 보완 조치 마련이 필요하다.
부시대통령이 언급한 ‘한반도 평화를 보장하는 검증’은 바로 제네바합의를 보완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대표적 사안이다. 미국도 북한에 강경한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연락사무소 설치, 중유 공급 등 제네바합의를 이행하려는 선의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