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러시아 신군비경쟁 우려

  • 입력 2001년 1월 26일 18시 28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미국 건설’을 둘러싸고 국제적인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와 ‘힘의 미국’ 실현을 위해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강력하게 추진할 뜻을 밝히면서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 강국의 반발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그는 21세기가 새로운 공포에 시달리지 않도록 대량파괴 무기에 맞설 것임을 강조하며 NMD 구축을 통한 군사력 강화를 새 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

그동안 NMD 추진에 강하게 반발해 온 러시아는 이에 맞서 독자적인 방어망 구축을 시사하고 나서 군비경쟁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는 25일 “미국이 NMD를 강행할 경우 러시아는 앞으로 10년 동안 군사비를 2배로 늘릴 계획”이라며 “러시아가 NMD에 맞서는 강력한 방어망 구축을 위해 국내총생산(GDP)의 5%에 해당하는 900억파운드(약 167조원)를 국방비에 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70년대 냉전체제 해체 이후 또다시 강대국간 새로운 군비경쟁을 의미하는 것으로 러시아는 최신형 토플M 미사일에 다탄두를 장착하거나 SS―18 로켓을 대체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탄 개발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신문은 강조했다.

독일의 일간지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지도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미국이 유럽에 추진 중인 NMD의 방어전략으로 러시아―유럽 미사일방어(REMD)체제의 구축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을 지렛대로 삼아 미국이 NMD를 강행할 경우 러시아도 이에 맞서는 미사일방어망을 설치하겠다는 구상인 셈이다.

중국도 NMD를 미국의 ‘신패권주의’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의 국제전략무기연구소는 18일 “중국이 99년 국방비로 400억달러(약 51조원)를 지출했으며 부시행정부의 NMD 추진에 맞서 올 국방비의 대폭적인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군비 확장은 당장 동북아 안정을 위협하면서 일본 대만에도 영향을 미쳐 이들 국가가 본격적인 무기경쟁에 돌입하게 만들 위험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유럽 내 NMD 구축에 맞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움직임도 새로 출범한 부시 행정부에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NMD를 둘러싸고 불거진 러시아 및 중국의 반발에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대처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대국간의 힘겨루기가 자칫 1972년 미국과 소련간 탄도탄요격미사일감축협정(ABMT)의 파기와 국제적인 위기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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