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지진서 매몰 31시간만에 구조된 청년 사망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34분


지진으로 매몰된 현장에서 31시간 만에 구출된 청년 음악가가 끝내 숨져 엘살바도르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고 CNN방송이 17일 전했다. 강력한 지진이 일어난 13일 산살바도르 인근 집에 있던 22세 청년 음악가 세르지오 모레노는 굉음과 함께 정신을 잃었다. 한참 뒤 흙더미 속에 파묻힌 것을 안 그는 절망했다. 하지만 살아나가야 한다는 일념으로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이던 그는 어둠 속에서 휴대전화를 찾아내고 곧바로 구조를 요청했다.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모레노는 허기와 탈수현상으로 의식이 가물거리면 작업중인 구조대원에게 전화를 했다. 스물 두 해를 살아오며 사랑했던 것들, 살아나게 되면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등에 관해 그는 대화를 나눴다. 한 TV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엘살바도르 국민은 숨죽여 그의 구조작업을 지켜봤다.

마침내

매몰된 지 31시간 뒤인 15일 그가 구출되자 모두 환호했다. 그러나 불행히도 심장과 폐는 심하게 손상된 상태였으며 두 다리는 절단하지 않으면 안됐다. 이런 필사적인 노력도 헛되이 구출된 22세 청년 음악가 세르지오 모레노가 17일 끝내 숨을 거두자 엘살바도르 TV는 정규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그를 추모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한편 유엔 산하기구인 세계식량계획(WFP)은 17일 이번 지진으로 20만명의 이재민이 식량난을 겪고 있다며 국제사회에 지원을 호소했다.

스페인은 과도한 외채로 경제난을 겪어온 터에 엄청난 재난까지 겹친 엘살바도르의 실정을 감안해 4072만달러의 부채를 탕감해주기로 했으며 200만달러를 긴급 구호자금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는 366만달러, 영국은 88만달러, 유럽연합(EU)은 188만달러를 각각 지원하기로 하는 등 각국 정부가 구호자금을 내놓고 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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