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일반석 증후군' 공포확산…좁은 좌석으로 졸도 사망

  • 입력 2000년 12월 25일 19시 10분


‘이코노미클래스 신드롬(일반석 증후군)’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비행기 좌석에 불편한 자세로 앉아 장시간 여행한 뒤 목적지에 도착해 가슴 통증으로 졸도하거나 숨지는 현상을 말한다.

10월 호주 시드니에서 올림픽 경기를 구경하고 돌아오던 28세 여성이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급사하면서 이 현상이 크게 문제가 됐다. 영국 상원은 정부와 항공사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호주에서는 이 증상으로 피해를 본 유족 10명이 “항공사측이 위험성을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며 퀀태스, 에어 프랑스 등 5개 항공사를 상대로 11월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비행기 안은 기압과 산소 농도가 지상의 80%에 불과하고 습도는 5∼15%로 낮은 편이다. 이런 곳에 오래 있게 되면 피의 흐름이 둔해진다. 몸을 잘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하반신에 피가 굳어 생기는 혈전(血栓)이 나타나기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 걷기 시작하면 피의 흐름이 다시 활발해지는데 이때 혈전이 폐혈관을 막는 현상이 바로 ‘일반석 증후군’이다.

일본 나리타적십자병원의 모리오 히로시(森尾比呂志)부부장은 “좌석에 앉아 있는 동안 다리가 붓거나 통증을 느끼면 일단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그대로 앉아 있는 것은 위험하며 일어나서 기내 통로를 오가는 것이 좋다는 것.

일본항공(JAL)은 홈페이지를 통해 주의를 환기시키는 한편 앉은 채 할 수 있는 체조를 개발해 기내에서 비디오로 틀어주고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여객기 승무원에게 이같은 증상에 대해 교육하도록 항공사측에 요청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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