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수산업 되살리자" 무기수출 박차

  • 입력 2000년 12월 18일 18시 46분


러시아가 소련 붕괴와 함께 무너져버린 군수산업을 재건하기 위해 무기 수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주 표적은 중국 이란 유고 등. 이들 국가는 미국의 적성국이면서 서방에 의해 무기금수조치를 당한 ‘틈새시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러시아는 내년 중국에 8억달러(약 9600억원)어치의 조기경보기 A―50기 4대를 판매하기로 최근 계약을 맺었다. 영국의 국방전문주간지 제인스디펜스는 러시아가 앞으로 5년간 미국의 대만방어에 대응하려는 중국에 150억달러(약 18조원) 상당의 무기를 판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이란에도 무기를 판매할 태세여서 미국으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러시아는 11월 말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겠다는 미국과의 비밀 협약을 파기한다고 밝혔다. 앨 고어 미 부통령이 대선 기간 중 이 협약(95년 체결) 내용을 공개했기 때문에 더 이상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러시아 전체 무기수출의 6%를 차지하는 이란에 대한 금수조치를 계속 이행할 경우 연간 수십억 달러의 수입원이 사라지기 때문이라고 군수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발칸전쟁에서 미국과 맞서 싸운 유고에 대해서도 무기금수조치를 해제해야 한다는 안을 11월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하는 등 대유고 무기 판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러시아가 이처럼 무기 판매에 안달하는 것은 고가의 무기들을 내다팔지 않으면 군수산업의 명맥을 잇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권력기반인 군부와 보안조직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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