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간사이興銀-도쿄商銀 파산"…한국계 금고 1,2위규모

  • 입력 2000년 12월 15일 19시 22분


일본 금융청은 15일 한국계 신용조합 중 규모가 1, 2위인 간사이 흥은(關西興銀)과 도쿄 상은(東京商銀)에 대해 파산 통고를 했다.

두 금융기관의 자기자본비율이 법정 최저선인 4% 이하로 떨어지는 등 과중한 채무 부담 때문에 더 이상 독자 경영이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두 금융기관이 24시간내 해명을 하면 금융재생위원회는 16일 오후 파산 여부를 공식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하지만 현재 여건상 두 금융기관이 파산을 피할 길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사이 흥은측은 파산 통고를 받자 즉각 금융재생위원회와 금융청 등에 공개 질의서를 내고 “자체 조사 결과 자기자본비율은 기준 이상인 4.58%며 불량 채권액 규모에 대해서도 당국과 이견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채무 초과라며 파산 통고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간사이 흥은은 행정소송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파산이 확정되면 영업정지 또는 인수기관 물색 등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금융청은 재산관리인을 파견해 인수 기관을 물색할 방침이다. 파산이 결정돼도 예금은 보호된다. 그러나 일본내 한국계 금융기관 중 규모가 가장 큰 두 조합이 파산하면 이들 조합에 자금을 의존해온 상당수 재일 기업인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융청은 금융기관의 경영 개선을 위해 2002년 4월까지는 파산을 해도 공적자금을 투입, 예금 전액을 보호해 주기로 했다. 이때까지 경영 개선을 꾀하거나 자기 파산 절차를 밟으라는 강력한 권고다. 조총련계 신용조합들은 스스로 파산선고를 함으로써 일본 정부의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재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28개 한국계 신용조합은 당초 모두 통합해 은행을 만들기로 했다. 그러나 방법론과 추진주체를 둘러싸고 내부 갈등이 빚어졌다. 추진 주체를 간사이흥은이 맡는데 대한 반발도 있었다. 일부 재일동포는 이권 다툼 때문에 신용조합의 통합 가능성을 기대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도쿄상은측은 이같은 분위기를 업고 신용조합은 물론, 일본 자본까지 끌어들여 은행을 만들겠다며 별도로 한일(韓日)은행설립준비위원회를 만들었다. 이처럼 한국계 신용조합간의 대립이 깊어지는 동안 영업 여건은 더욱 악화돼 랭킹 1, 2 기관이 모두 파산 통고를 받기에 이른 것이다.

재일한국인을 위한 금융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두 조합이 파산되면 한국민단을 중심으로 양대 세력을 모두 끌어들여 은행을 설립하는 방안이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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