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권력중심 하시모토에게로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8시 39분


‘호랑이를 잘못 불러들인 것이 아닐까.’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 총리 주변에서 요즘 나오는 말이다.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郞)전 총리를 5일 내각의 인기 회복을 위해 영입했는데 그에게로 급격히 권력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시모토씨는 8일 각료회의에서 모리 총리에게 “내년 1월 정부조직개편으로 출범하는 경제재정자문회의가 생각보다 제약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행정개혁의 기본정신은 정치주도, 내각주도인데 왜 관료한테만 맡겨 놓고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한 것이다.

모리 총리가 실현하려는 행정개혁의 골격은 하시모토씨가 총리 재직시 만든 것이라 그의 발언을 무시하기 어렵다.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예산편성의 기본방침을 정하는 중요한 기구다.

하시모토씨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총리부 4층의 하시모토씨 집무실에는 요즘 각 성청의 차관 등 고위관료들이 ‘눈도장’을 찍으러 끊임없이 찾아오고 있다.

하시모토씨는 내년 1월부터 오키나와(沖繩)―북방 담당상도 겸직한다. 이는 외교에도 강력한 힘을 갖는다는 뜻. 그는 벌써부터 “일본 정부가 러시아와 북방영토교섭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본 행정개혁 업무 분장

담당상내 용
하시모토 행정개혁
담당상
특수법인
공무원제도
공익법인
중앙 성청
규제완화
가타야마 총무상지방분권
행정평가시스템 도입
전자정부 실현
정보공개
조직 감량 및 효율화
미야자와 재무상회계방법 개선

하시모토씨는 이미 ‘슈퍼 각료’로 불리고 있다. 그는 자민당내 최대파벌인 하시모토파의 회장직도 맡고 있어 그의 발언권은 더욱 강해질 것이 틀림없다.

반면 모리 총리는 다시 곤경에 빠졌다. ‘주간현대’는 11일 발매된 잡지에서 모리총리가 간사장시절 폭력단 간부와 찍은 사진 두 장을 게재하면서 빨리 퇴진할 것을 촉구했다.

문제의 사진이 곧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8일 모리파인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관방장관은 “사진은 함께 찍었지만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모리내각은 전면 개각 이후에도 유권자의 51%가 ‘가능하면 빨리 그만뒀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요미우리신문 6, 7일 조사)로 인기가 없다. 이 때문에 내년 3월 자민당 전당대회때 실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때쯤 하시모토씨가 다시 총리가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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