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8대학 골럽교수, 한국정치학회서 연설

  • 입력 2000년 12월 3일 19시 04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은 미국이 중심이 된 소수 서구 선진국들의 비(非)선진국들에 대한 새로운 지배 이데올로기이므로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맞서 싸워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불러온 98년 한국에서의 외환위기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의 산물이었다.”

프랑스 8대학 정치경제학 교수이면서 프랑스의 유력지 르몽드의 논설위원이기도 한 필립 골럽 박사(45)는 3일 한국정치학회 간담회에서 이렇게 역설했다. 그의 반대의 초점은 세계화와 신자유주의론의 깃발 아래 전개된 금융자본의 세계화. 같은 세계화, 같은 신자유주의론이라고 해도 무역자유화는 받아들여질 수 있으나 금융자본의 세계화는 ‘투기자본을 포함한 금융자본의 국경을 넘는 자유로운 무차별적 이동’을 통해 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 등 여전히 경제적으로 약한 나라들을 몇몇 금융대국들 또는 금융가들의 희생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그는 98년에 창립된 ‘투기자본과세연합(ATTAC)’의 특별고문으로 활약하며 한국에서 같은 취지로 지난해 발족한 ‘대구 라운드’와 제휴해왔다.

이 두 조직의 목표는 하나다. “초국적자ㅗㄴ이 한국의 경제주권을 압박하는 가운데, 강도높게 진행되는 재벌 및 금융에서의 개혁을 댜량 실업을 낳으면서 기업과 은행의 초국적 자본에의 종속을 가ㅕ와 결과적으로 한국인의 삶의 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는 만큼, 한국이 과도하게 높은 대외경제의존도를 낮추도록 하고 생산적 복지제도를 만들도록 하게한다”는 데 있다.

골럽박사는 미국 태생으로 미국에서 학부교육을 받았지만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적이다. 그는 “오늘날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중심은 미국이며 미국은 단독적 패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미국은 그 단독적 패권을 앞으로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이름이 그럴듯한 신자유주의를 전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의 몇몇 이론가들이 내놓는 ‘중국위협론’에 대해서도 그는 부정적이다. 그는 “중국은 앞으로 20년 정도는 여전히 지역국가로 남아있을 텐데도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만한 세계대국으로 성장할 것이고 21세기는 미―중 대결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지배적 팽창주의 경향을 호도하기 위한 의도에서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언론매체에 동아시아 정세에 대해서도 기고해 온 그는 한반도의 장래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했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는 군사적 긴장의 완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며 남과 북은 결국 평화공존과 ‘연합’의 단계를 거쳐 앞으로 15년 안팎의 시점에서 평화통일을 실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밀고당기는 협상에서 실익을 챙기고자 하기 때문에 일정한 시점까지는 주한미군의 철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김학준 <본사편집·논설상임고문>ha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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